가을에 꼭 가야 할 억새·핑크뮬리 명소

청산수목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가을 하늘이 높아지는 시기, 충남 태안에선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은빛과 분홍빛의 장관이 펼쳐진다. 매년 이 시기 SNS를 물들이는 정원 풍경의 중심에는 청산수목원이 있다. 

청산수목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청산수목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이 수목원의 진짜 매력은 눈앞의 화려한 억새나 핑크뮬리가 아니라,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 사람의 철학과 노력이 켜켜이 쌓인 결과라는 점에 있다. 사진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깊이가 이곳의 본질을 이룬다.

10년의 기다림 끝에 완성된 은빛 파도

청산수목원 팜파스 정원은 가을을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8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이어지는 축제 기간 중, 특히 9월 중순부터 10월은 장관이 절정에 달한다. 사람 키보다 훨씬 높은 서양 억새, 코르타데리아 셀로아나가 바람에 출렁이며 거대한 은빛 물결을 만든다.

이 모습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2010년 첫 식재 이후 6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개화했고, 이후 10년 가까운 시간이 더 쌓이면서 지금의 압도적인 규모를 갖췄다. 긴 시간과 정성이 축적된 결과라는 점에서 보는 이들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청산수목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청산수목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분홍빛으로 이어지는 몽환적인 정원

은빛 억새가 물러날 즈음, 바통을 이어받는 것은 핑크뮬리다.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이어지는 핑크빛 물결은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억새의 장엄한 분위기와 달리, 핑크뮬리는 아련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선사하며 가을의 정취를 완성한다.

SNS에 자주 오르는 사진들은 이 분홍빛 군락 덕분이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풍경은 단순한 장식 이상의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정원 곳곳에서 빛의 각도와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색감은 한 번의 방문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매력을 보여준다.

청산수목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청산수목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예술 작품처럼 기획된 테마정원

청산수목원이 다른 가을 명소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예술적 테마다. 경주나 제주에서 볼 수 있는 단순한 대규모 군락지와 달리, 이곳은 인상파 화가들의 정원을 모티브로 한 공간을 마련했다.

‘모네의 정원’은 대표적인 사례다. 연못과 다리가 어우러진 풍경은 실제 지베르니의 정원을 연상시키며, 물빛과 하늘빛이 겹치는 순간마다 새로운 그림이 탄생한다. 옆에는 고흐의 정원과 밀레의 풍경이 재해석된 공간이 이어지며, 정원을 거니는 자체가 마치 야외 미술관을 탐험하는 경험이 된다.

청산수목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청산수목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방문객을 위한 실용 가이드

청산수목원은 하절기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동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폐장 한 시간 전까지 입장을 마쳐야 하므로 여유로운 일정 조율이 필요하다.

입장료는 계절별로 다르다. 가을 축제 기간은 성인 기준 13,000원, 여름 연꽃철은 11,000원, 그 외 기간에는 9,000원이다. 주차는 무료이며, 반려동물 동반도 가능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