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가을의 풍경을 묻는다면 대부분 단풍을 떠올리지만, 경기도 연천은 조금 다른 장관을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나무가 아니라 풀 한 그루가 대지를 물들이며 가을의 정점을 알린다.

한때 홍수로 버려진 땅이던 임진강변 삼곶리가 지금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가을 정원으로 변모했다. 주민들이 손수 가꾼 2만여 그루의 댑싸리가 지금 붉게 타오르며 낯선 풍경을 완성했다.
이 정원의 주소는 연천군 중면 삼곶리 313-3, 옛 ‘연강큰물터’ 자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잡풀이 무성한 버려진 땅이었으나, 중면 행정복지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가 힘을 모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주민들은 댑싸리뿐 아니라 황화 코스모스, 천일홍, 백일홍 등 계절 꽃을 심으며 3만㎡에 달하는 땅을 누구나 찾을 수 있는 힐링 정원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입장료와 주차료가 무료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정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시야를 가득 채우는 붉은빛은 압도적이다. 여름 내내 초록빛을 머금던 댑싸리들은 9월 중순을 지나며 서서히 붉게 물들었고, 지금이 가장 화려한 절정이다.
‘겸허한 미인’이라는 꽃말처럼 둥글고 차분한 형태의 댑싸리들이 끝없이 이어지며 마치 거대한 붉은 융단을 펼친 듯한 비현실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은 관광객들이 이 풍경을 담아가기 충분하다.
댑싸리의 붉은 절정은 길지 않다. 9월 말에서 10월 초순에 이르는 짧은 시기에만 볼 수 있어 시기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특히 이번 주말은 붉은 물결이 가장 선명한 순간을 담을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