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가을이 깊어질수록 강원 홍천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특히 공작산과 수타사 계곡은 계절이 주는 색감과 오랜 세월의 흔적을 동시에 담고 있어 매년 수십만 명이 찾는 명소로 꼽힌다.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영귀미면에 자리한 공작산은 해발 887m로 정상에 오르면 홍천 전역이 시야에 담긴다. 산세가 공작새의 날개처럼 펼쳐져 이름이 붙었으며, 멀리서 보면 거대한 인물이 누운 듯한 모습으로도 보인다.
공작산 자락에는 천년의 역사를 지닌 수타사가 있다. 신라 성덕왕 시절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며, 고려 후기 3층 석탑과 17세기 제작된 동종 등 귀중한 문화재가 보존돼 있다. 보물 제745호 월인석보를 비롯한 다양한 유물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
가을이면 사찰을 둘러싼 단풍이 절정을 이루며 붉고 노란 색감이 겹겹이 쌓인다. 불교문화와 계절의 풍경이 맞닿아 독특한 정취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방문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수타사에서 노천리까지 이어지는 약 12km 계곡은 홍천에서 손꼽히는 경승지다. 암반과 소(沼), 절벽과 숲이 한데 어우러져 자연이 빚어낸 장대한 풍광을 만날 수 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깊은 산중에 들어온 듯 고요하면서도 웅장하다.
이 일대는 163헥타르 규모의 공작산 생태숲으로 조성돼 있으며, 생태교육과 유전자 보전 숲으로 운영된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환경 보전과 교육적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작산을 대표하는 또 다른 매력은 약 5km 순환 코스로 조성된 ‘산소길’이다. 계곡과 출렁다리, 용담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이 길은 완만한 경사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다. 평균 1시간 30분이면 코스를 마칠 수 있어 부담 없이 즐기기에 적합하다.

산소길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걷기 좋은 여행길’로 선정했고, 대한걷기협회가 인증한 ‘걷고 싶은 길’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공신력 있는 인증은 방문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작산과 수타사 일대는 매년 30만 명 이상이 찾는 홍천의 대표 관광지다. 가을 단풍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자연 풍광과 함께 역사와 문화, 생태 체험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장기적인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접근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숨은 명소’로 찾는 이들도 많다.
수타사와 산소길은 입장료와 주차료가 무료이며, 산소길은 연중 개방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홍천종합버스터미널에서 수타사행 버스를 타고, 하차 후 약 15분을 걸으면 도착한다. 하루 운행 횟수가 제한돼 있어 사전에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