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만 유명한 게 아니죠”… 가을, 매년 30만 명 몰리는 ‘이 숲’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마치 하얀 물결이 산을 덮은 듯한 풍경,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이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두드림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두드림


매년 30만 명이 찾는다는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인간의 손이 만들어낸 가장 성공적인 숲 복원의 상징으로 불린다.


이곳의 진정한 매력은 아름다운 풍경 그 자체보다, 그 배경에 숨은 긴 시간의 노력과 따뜻한 운영 철학에 있다. 자작나무숲은 자연이 아니라, 1970년대 황폐한 산지를 살리기 위한 치산녹화 사업에서 출발했다. 반세기 동안 이어진 인공림 조성과 생태 복원이 지금의 울창한 숲을 만들어냈다.


인제 자작나무숲의 입장 방식은 이례적으로 ‘착하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고, 주차비 5천 원만 내면 같은 금액의 인제사랑상품권으로 전액 돌려받는다. 이 상품권은 지역 내 식당, 카페, 상점 어디서나 쓸 수 있다. 여행자의 지출이 자연스럽게 지역경제로 흘러가는 구조다.


주차장에서 숲 입구까지는 약 3.2km. 평지 산책은 아니다. 오르막이 이어지지만, 숲의 냄새와 새소리가 동행하는 길이라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 약 1시간 남짓의 이 구간은 ‘숲으로 들어가는 의식’처럼 여겨진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두드림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두드림


안내소를 지나면 포장된 임도와 흙길 두 갈래가 나타난다. 오를 때는 숲길, 내려올 때는 아스팔트길을 추천한다는 말이 많다. 그늘진 숲길은 조금 힘들지만 자연과 맞닿은 기분이 확실히 다르다.


마지막 언덕을 넘는 순간, 시야를 가득 채우는 풍경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약 138헥타르(41만 평) 면적에 69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하얗게 솟아 있는 모습은 한국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장관이다.


하늘을 찌를 듯 곧은 나무줄기와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소리가 어우러지면, 마치 숲이 속삭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자연의 소리와 빛이 만들어내는 이 공간은 ‘힐링’이라는 단어를 가장 정확히 설명하는 현장이다.


인제 자작나무숲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초여름의 푸른 숲도 인상적이지만, 가장 많은 찬사를 받는 계절은 단연 가을과 겨울이다. 눈이 내리면 하얀 나무줄기와 순백의 눈이 하나로 이어져,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요한 공간이 펼쳐진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이 시기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설경 명소’로 손꼽히며, 사진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단, 눈길이 미끄럽고 추위가 매서우니 장비와 복장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운영시간은 계절마다 다르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11월부터 3월까지는 오후 5시까지만 입산이 가능하다. 각각 입산 마감은 오후 3시와 2시로 정해져 있다. 매주 월·화요일은 정기 휴무이므로 방문 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숲의 보전을 위해 애완동물 출입과 음식물 반입은 금지된다. 대신 가벼운 물 한 병 정도만 챙기고,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기본 예절이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과 숲이 함께 숨 쉬는 생태 공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