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없지만, 울산은 확실히 보였다”… 9월, 꼭 가봐야 할 국내 축제 2탄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울산의 대표적인 해양 문화 축제인 ‘울산고래축제’가 오는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일대에서 열린다.


울산고래축제 - 울산문화관광
울산고래축제 – 울산문화관광


산업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넘어, 해양 생태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상징적 행사로 해마다 꾸준한 재구성을 거듭해왔다.


올해는 ‘고래의 숨결, 도시의 숨결’이라는 주제로 자연과 도시, 그리고 인간의 공존을 테마로 내세운다. 단순한 퍼레이드나 전시가 아닌, 참여형 콘텐츠를 통해 지역성과 생태 의식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울산 장생포는 과거 포경산업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는 ‘고래 없는 고래도시’라는 정체성의 전환점에 서 있다.


울산고래축제 - 울산문화관광
울산고래축제 – 울산문화관광


축제 기간 동안은 이 장소가 ‘고래의 기억’과 ‘공존의 상상력’을 체험하는 문화 공간으로 재구성된다. 고래박물관, 생태체험장, AR 기반 고래찾기 미션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콘텐츠도 눈에 띈다.


이번 축제의 특징 중 하나는 체험 중심 배치다. 가상현실(VR)을 활용한 고래탐사 시뮬레이션, 고래 캐릭터와 연계된 어린이 미션 투어 등은 가족 단위 관람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기여한다.


그간 울산고래축제는 퍼레이드, 불꽃쇼, 콘서트 같은 이벤트 위주였지만, 최근엔 ‘머무는 관광’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역 카페와 연계된 테마 코스, 고래 골목길 야간투어 등이 그것이다. 울산시는 올해 관광객 체류 시간을 평균 1.7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울산고래축제 - 울산문화관광
울산고래축제 – 울산문화관광


하지만 지역 내 일부에선 고래를 계속 축제 소재로 삼는 데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고래 없는 고래축제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과 “고래를 소비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냐”는 환경 단체의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포경의 역사와 생태 보존을 동시에 조명하는 이중적 서사를 통해, “기억을 되짚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단지 고래라는 소재를 축제로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축제를 통해 오히려 고래에 대한 인식과 보존 의지를 환기시키겠다는 접근이다.


울산고래축제 - 울산문화관광
울산고래축제 – 울산문화관광


울산고래축제는 여전히 실험 중이다. 산업과 생태, 기억과 현재, 축제와 반성이 뒤섞인 현장에서 도시의 정체성은 매해 새롭게 묻고 또 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