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뽑은 절경, 고흥 60km 해안도로 가보니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자동차 광고 속 장면처럼 좌우로 바다와 숲이 맞닿는 길이 있다. 전남 고흥의 거금해안도로다.


거금해안도로 - 전남관광 블로그
거금해안도로 – 전남관광 블로그


바닷길과 산림을 동시에 품은 이곳은 국토교통부가 꼽은 ‘남해안 해안경관도로 15선’ 중 하나로, 단순한 드라이브 이상의 체험을 약속한다.


2020년 이후 남해안 경관도로 프로젝트 일환으로 주목받은 이 도로는 단순히 경치를 즐기는 길이 아니라, 섬과 섬을 잇고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평가된다. 바다 위를 달리다 보면 다리와 숲, 어촌 풍경이 이어져 다층적인 여행 동선을 만든다.


여정의 시작은 길이 2,028m의 거금대교다. 국내 최초로 상·하층이 분리된 복층 구조로 지어져 자동차는 위층을, 자전거와 보행자는 아래층을 이용할 수 있다. 바다와 맞닿은 하층 도로에 서면 자동차 소음 대신 파도와 바람이 귓가를 스친다. 이 때문에 전국 라이더들이 “꼭 달려봐야 할 코스”로 꼽는다.


거금대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거금대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하층 보행로는 단순한 교량이 아니라 관광 명소로 기능한다.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개방감 덕분에 관광객은 차량에 치이지 않고도 다도해의 파노라마를 만끽할 수 있다. 주행과 산책, 라이딩이 동시에 가능한 도로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뚜렷하다.


거금대교를 건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330만㎡ 규모의 거금생태숲이 나타난다. 면적만 100만 평에 달하는 이 숲은 울창한 산림과 야생화 군락지를 품고 있으며, 해발 고지에 설치된 구름다리가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전남 고흥군 금산면에 위치한 이 생태숲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무료 개방된다. 숲속 탐방로를 걷다 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멀리 보이는 다도해의 풍경이 교차하며, 드라이브의 단조로움을 풀어주는 쉼터 역할을 한다.


거금생태숲 - 고흥문화관광
거금생태숲 – 고흥문화관광


추천 코스는 고흥 녹동항에서 시작해 소록대교, 거금대교를 지나 섬 내부를 일주하는 약 60km 구간이다. 녹동항은 예부터 어업의 중심지로, 드라이브 전후로 신선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소록대교는 과거 한센인 병원이 있던 소록도를 잇는 다리로, 역사적 의미도 담겨 있다.


도로는 남해안 특유의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이어지며, 도중에 펼쳐지는 작은 포구와 마을 풍경은 대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정취를 보여준다. 장거리 운전에 지루함이 적은 이유도 이런 다채로운 풍경 덕분이다.


다만 관광객 증가와 함께 인프라 확충 문제도 제기된다. 일부 구간은 갓길이 좁고, 주차 공간이 부족해 피서철이면 혼잡하다. 라이더와 차량이 함께 이동하는 구간도 있어 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훼손 우려도 남아 있다. 숲과 해안 경관을 지키면서 관광 자원을 활용하는 균형 있는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