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서울의 중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거대한 스크린으로 변해 도심의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은 오는 9월 7일 토요일까지 매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시민과 관광객에게 개방된다. 입장료는 무료라 누구나 쉽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이번 전시는 222미터에 달하는 곡면 외벽 전체를 활용한 초대형 미디어아트로, 지난달에는 ‘세계 최대 비정형 건축물 3D 맵핑 디스플레이’라는 기네스 기록까지 세우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단순히 조명을 비추는 수준을 넘어, 건축물 전체를 살아 있는 예술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올해 서울라이트는 특히 기술적 진보가 두드러진다. 인공지능 연구기업 오픈AI(OpenAI)가 개발한 영상 생성 플랫폼 ‘소라(Sora)’가 이번 전시에 투입돼 국내 차세대 아티스트들의 실험적 작품을 구현하는 도구로 쓰였다. 그 결과 DDP 외벽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문 거대한 캔버스로 바뀌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DDP를 단순 전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디자인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외벽뿐 아니라 ‘미래로’ 다리 하부 공간까지 작품 무대로 활용해, 시민들이 직접 걸으며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로 꾸몄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참여해 각기 다른 시각적 언어를 펼쳤다. 프랑스 개념미술가 로랑 그라소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의 데이터를 활용해 ‘솔라윈드(Solar Wind)’와 ‘파노프테스(Panoptes)’를 선보였다. 하나는 우주의 흐름을, 다른 하나는 신화적 감시자의 시선을 주제로 한다.
한국 디지털 아트 그룹 디스트릭트(d’strict)는 ‘이터널 네이처(Eternal Nature)’를 통해 자연의 생명 주기를 빛과 영상으로 구현했다. 대만 아티스트 아카 창(Aka Chang)은 레이저, 연기, 바람을 결합한 설치작품을 다리 아래 공간에 설치해 관람객이 작품 속을 직접 걸어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이번 서울라이트에는 K-팝 그룹 엔하이픈(ENHYPEN)의 정원과 제이크가 한국어·영어 오디오 가이드에 참여했다. 관람객들은 낯선 미디어아트를 좀 더 친근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작가 최세훈의 ‘더 밸리 앤 더 라이트(The Valley and the Light)’와 독일 작가 티모 헬거트의 ‘문 사이클(Moon Cycle)’도 감성과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며 관람객들의 감각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