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가을이 깊어질수록 전국의 산천이 붉게 물들지만, 강원 홍천의 한 자락에는 유독 이색적인 색의 물결이 일어난다. 10월 한 달, 1년 중 단 한 번만 문을 여는 ‘홍천 은행나무숲’이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한 공원이 아니다. 한 남자가 오직 아내를 위해 30년 넘게 손수 가꾼 사유지로, 해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신비한 정원으로 변한다.
홍천군 내면 광원리의 이 숲은 1985년, 병약한 아내를 위해 남편이 귀농하면서 시작됐다. 약효가 있다는 삼봉약수를 찾아 정착한 그는 매일같이 은행나무 묘목을 심었다.
그 마음이 쌓여 약 4만㎡, 약 1만 2천 평의 대지에 2천 그루의 나무가 자라났다. 오와 열을 맞춘 나무들이 30여 년 세월 동안 하늘로 자라며 지금의 거대한 숲을 이뤘다.
은행나무숲이라 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냄새는 이곳엔 없다. 주인이 심은 대부분의 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는 수나무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은행잎만으로 가득한 청결한 황금빛 공간을 자유롭게 거닌다.
다만 낭만 뒤에는 현실적인 주의도 필요하다. 개인 소유지인 만큼 개방 시기는 매년 기후나 관리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주말에는 인근 국도 갓길이 순식간에 꽉 찬다. 늦게 도착하면 입구까지 몇 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쾌적하게 즐기려면 평일 오전 개장 직후 방문이 좋다. 입장료는 없으며,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된다. 가을 절정기의 주말엔 인파가 폭발적으로 몰리기 때문에, 조금 이른 시기나 비 예보 직전의 맑은 날을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