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 탈출하기 딱 좋네”… 8월, 울산에 나타난 19m 야경 명소

장생포 라이트 - 울산 남구청 블로그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울산 장생포가 달라지고 있다. 석유 저장탱크로만 알려졌던 공간이, 이제는 예술과 빛으로 물드는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장생포 라이트 - 울산 남구청 블로그
장생포 라이트 – 울산 남구청 블로그

8월 22일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간 ‘장생포 라이트’는 기존 산업 유산을 시각 예술로 탈바꿈시킨 국내 첫 시도다.

울산 남구청과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가 공동으로 추진한 이 프로젝트는 민과 관의 협력이 어떻게 도시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19m 높이에 총면적 약 2,850㎡에 달하는 4기의 대형 저유탱크는 이제 산업 구조물이 아닌 대형 캔버스로 기능한다.

밤이 되면 장생포의 풍경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깨어난다. 낮에는 단조로운 철제 구조물에 불과했던 탱크들이 수십 대의 프로젝터 빛을 받아 형형색색의 미디어 아트로 재탄생한다.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울산의 산업적 정체성과 문화 예술적 해석이 공존하는 작품들이다.

장생포 라이트 - 울산 남구청 블로그
장생포 라이트 – 울산 남구청 블로그

영상 콘텐츠에는 울산 남구를 소개하는 지역 특화 스토리부터 고전 명화의 디지털 재해석, 그리고 빛과 색채를 활용한 실험적 추상 아트까지 다양한 장르가 녹아 있다. 관람객은 시청각을 통해 울산이라는 도시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경험을 한다.

장생포 라이트는 장생포 문화창고 루프탑에서 관람하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과거 창고였던 건물을 개조해 만든 이 복합문화공간은 바다와 탱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최적의 시야를 제공한다. 관람 시간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 30분부터 약 30분간 진행된다. 동절기에는 오후 7시 30분으로 조정된다.

주말 저녁,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들고 앉아 대형 탱크에 투사되는 예술 영상을 감상하는 것은 다른 도시에선 쉽게 누릴 수 없는 경험이다. 특히 가족, 연인, 친구 단위 관람객들이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울산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장생포 라이트 - 울산 남구청 블로그
장생포 라이트 – 울산 남구청 블로그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산업의 미적 재해석’이다. 도시 경관으로서의 산업 구조물은 그 자체로 예술의 소재가 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장생포 라이트는 기존의 기능성 중심 구조물에 스토리텔링과 시각 예술을 덧입혀, 예술 콘텐츠로 재탄생시켰다.

울산 남구청은 “장생포 라이트를 단순한 일회성 퍼포먼스가 아닌 지역 지속형 콘텐츠로 키워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관광 활성화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산업체 간의 정서적 거리도 좁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생포 라이트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낯섦’이다. 미디어 파사드는 도심 한복판의 초고층 건물 외벽에서나 볼 수 있었던 콘텐츠다. 그러나 이곳은 바다와 공장, 철제 구조물이 중심인 지역에서 그 기능을 수행한다. 오히려 그 거친 구조가 빛의 예술과 충돌하며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만들어낸다.

장생포 라이트 - 울산 남구청 제공
장생포 라이트 – 울산 남구청 제공

관광객 입장에서도 낮에는 고래문화특구와 산업 견학, 밤에는 미디어 아트를 즐길 수 있는 이원화된 콘텐츠가 가능해졌다. 관광 동선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