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슬기 말고도 있다고? 영월 시장에서만 먹는 소름 음식들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강원도 영월. 탄광 도시의 이미지가 희미해진 지금, 영월은 다시 ‘맛있는 도시’로 불리고 있다.


전병&부침개 - 영월군
전병&부침개 – 영월군


깊은 산과 맑은 강이 교차하는 이곳엔 건강하고 담백한 음식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한번 맛보면 오래 기억에 남는 영월의 밥상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산이 키운 곤드레의 맛


영월을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곤드레밥이다. 이 산나물은 향이 강하지 않고 식감이 부드러워, 자극적인 음식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부담 없는 한 끼를 제공한다. 간장 양념만 곁들여도 충분하며, 나물 고유의 고소함이 입안에 퍼진다.


곤드레는 고산지대에서 자라 미네랄과 비타민 함량이 높고, 소화에 부담이 적어 건강식으로 각광받는다. 영월에서는 이를 중심으로 한 곤드레정식이 널리 퍼져 있으며, 계절별 산채와 함께 구성되기도 한다.


곤드레밥 - 영월군
곤드레밥 – 영월군


재래시장이 빚은 소박한 풍경


영월 전통시장은 전병과 부침개, 수수부꾸미, 올챙이국수 같은 향토 간식이 풍부하다. 얇은 메밀피에 김치를 넣어 구운 전병은 쫄깃하면서도 매콤하고, 부침개는 간단하지만 따뜻한 기운을 전한다.


특히 닭강정은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간식으로, 바삭한 식감과 달큰한 양념의 조화가 좋다. 가벼운 먹거리를 원한다면 영월의 시장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목적지다.


닭강정 - 영월군
닭강정 – 영월군


강이 흐르면 물고기가 따른다


영월은 동강과 서강, 남한강 지류가 만나는 지역으로, 민물 생선 요리도 풍부하다. 대표적인 것이 송어회다. 차가운 물에서 자란 송어는 육질이 탱탱하고 지방이 적어 담백하다.


강 근처 식당에선 송어회를 중심으로 한 풀코스 식단을 구성해 제공하며, 식초나 겨자 소스보다 참기름장에 찍어 먹는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회를 꺼리는 이들을 위한 송어구이나 탕 요리도 함께 제공된다.


송어회 - 영월군
송어회 – 영월군


다슬기의 정직한 위로


숙취 해소와 간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다슬기해장국은 영월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다. 강에서 잡은 다슬기를 삶아 육수로 우려낸 뒤, 된장이나 들깨를 넣어 구수하게 끓인다.


다슬기 특유의 감칠맛이 우러나온 국물은 속을 편안하게 해주며, 특히 겨울철 아침식사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 영월역 근처 다슬기해장국집은 줄 서는 풍경이 일상이다.


다슬기해장국 - 영월군
다슬기해장국 – 영월군


칡의 맛, 국수로 되살아나다


칡국수는 메밀이나 밀가루 대신 칡 전분을 활용한 이색 메뉴다. 소화에 좋고 열을 내려주는 성질이 있어 여름철 별미로 안성맞춤이다. 국물은 닭육수나 채소육수 기반으로 깔끔하게 잡으며, 특유의 쌉싸래한 향이 입맛을 당긴다.


메밀 막국수와는 또 다른 묵직한 식감이 특징이며, 다소 생소하지만 먹고 나면 입안이 개운해져 후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원한 오이 고명을 곁들이면 여름철 별미로 손색없다.


영월의 음식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정직하고 건강하다. 칼칼한 맛이나 자극적인 양념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하고, 지역 주민의 생활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 덕분에 여행객들에겐 특별한 미식 체험이 되고, 지역민들에겐 지켜야 할 일상 그 자체가 된다. 영월의 밥상은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그리고 그 조용함이, 진짜 강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