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매년 가을이면 전국이 단풍으로 물들지만, ‘내장산’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이견이 없다.

붉은빛의 절정이란 표현조차 부족할 만큼, 이곳의 가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에 가깝다. 단순히 ‘색이 곱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내장산 단풍의 특별한 매력을 깊이 들여다본다.
내장산국립공원은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에 위치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단풍 명소의 상징’으로 불리며, 매년 수십만 명의 탐방객이 몰려든다. 지난해 누적 방문객 수가 107만 명을 돌파하면서 공식적으로 국내 단풍 관광 1위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내장산의 단풍은 다른 지역과 차원이 다르다. 그 이유는 이곳의 지형과 수종에 숨어 있다. 국립공원공단 자료에 따르면 내장산에는 약 11종의 단풍나무가 자생하지만, 그중에서도 ‘애기단풍’이라 불리는 당단풍나무가 압도적으로 많다. 잎이 작고 섬세하게 갈라져 있어 빛을 머금는 각도가 다양하고, 그 결과 색이 더 진하게 드러난다.

낮에는 풍부한 햇살이 색소 생성을 돕고, 밤에는 기온이 떨어져 색이 빠지지 않는다. 이 미묘한 기온 차가 단풍의 색을 오래도록 유지시킨다. 결국 내장산의 붉은빛은 우연이 아니라 과학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내장산 단풍을 가장 압도적으로 감상하는 방법은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탐방안내소 인근에서 탑승해 연자봉 중턱 전망대까지 단 몇 분이면 도착한다. 왕복권은 11,000원, 편도는 7,000원이며, 짧은 이동으로도 붉은 물결이 산을 덮는 장관을 내려다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발아래로 펼쳐진 내장호와 사찰, 단풍 숲이 어우러져 마치 수묵화와 유화가 한 장면에 담긴 듯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날씨가 맑은 날엔 백양산 능선까지 시야가 닿아, 내장산이 왜 ‘붉은 파노라마’라 불리는지 실감할 수 있다.

내장사로 향하는 길은 내장산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 약 1km 구간이 단풍으로 덮인 길인데, 현지에서는 ‘단풍 터널’로 불린다. 붉은 나무들이 양옆으로 늘어서 하늘을 가리고, 햇살이 새어드는 그 장면은 누구나 카메라를 꺼내 들게 만든다.
이 구간은 차량보다는 도보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천천히 걸으며 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잎을 밟는 순간, 가을의 감각이 온전히 몸으로 스며든다. 내장사 경내로 들어가려면 문화재구역 입장료 4,000원이 별도다.
가을 성수기에는 주차 전쟁이 불가피하다. 내장산 입구 근처 주차장은 오전 9시 이후면 거의 만차가 된다. 11월 기준 중소형 차량 주차요금은 5,000원이며, 주차 후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셔틀은 10~15분 간격으로 운행돼 대기 시간도 길지 않다.
또한 내장산역에서 국립공원까지는 버스로 약 10분 거리다. 대중교통 이용 시 정읍역에서 셔틀로 바로 연결되는 코스가 마련돼 있어, 차량 없이도 충분히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내장산 단풍의 절정기는 예년 기준으로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다. 이 시기에는 하루에도 수천 명이 몰려들며, 주말보다 평일 오전이 비교적 한산하다. 최근 몇 년간의 기상청 데이터에 따르면 기온이 평년보다 1도만 높아져도 절정 시기가 약 3~4일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올해는 10월 넷째 주부터 11월 초가 가장 선명한 색을 볼 수 있는 시점으로 예측된다. 특히 오전 9시 전후 햇빛이 산 중턱을 비출 때 색 대비가 가장 뚜렷해, 사진 촬영에도 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