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보다 더 난리 나는 ‘홍성 새조개’… 맛있는 게 이렇게 많았어?

전망대회수산 홍성본점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충남 홍성. 행정도시 이미지 뒤에 가려졌지만 이곳은 사실 한국 고기 맛의 본고장 중 하나다.

전망대회수산 홍성본점
전망대회수산 홍성본점

고기를 키우고, 바다를 다스리고, 발효를 연구하는 이 땅은 풍요로운 먹거리로 가득하다. 여기에 사계절 제철 식재료까지 더해지면, 홍성의 밥상은 말 그대로 ‘진짜 음식’이 된다.

산과 들에서 길러낸 붉은 풍미

홍성한우는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다. 가야산과 덕숭산 등 구릉지대에서 자란 소들이 먹는 사료부터가 다르다. 볏짚과 곡물 위주로 정성껏 사육되며, 고기의 결이 곱고 지방이 촘촘하다. 식감은 부드럽고 고소하며, 씹을수록 육즙이 도는 ‘기본에 충실한 맛’이다.

홍성은 전국 한우 생산량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우고기와 갈비 품질로 인정받는다. 요즘처럼 고기 선택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정직한 한우’를 찾는 이들이라면 홍성을 기억해야 한다.

홍성 한우 - 미당 한우
홍성 한우 – 미당 한우

토굴이 만든 젓갈, 자연이 만든 기술

홍성 광천읍에 위치한 활석암반 토굴은 새우젓 숙성의 명소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천연 토굴에서 1년간 발효된 광천토굴새우젓은 짠맛보다 단맛이 먼저 느껴진다. 살이 단단하고 젓국은 맑아, 김장철 전국에서 주문이 몰릴 정도다.

기계가 아닌 자연이 만든 젓갈. 이 점에서 광천 젓갈은 단순한 밑반찬이 아니라, 전통 기술의 산물이다. 무공해 식품으로서의 가치도 높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싶은 요리인들 사이에서도 재조명되고 있다.

토굴새우젓 - 홍성군
토굴새우젓 – 홍성군

바다가 준 선물, 대하와 새조개

9월이 되면 홍성 남당항은 붉은 대하를 먹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찬다. 이 지역 대하는 천수만 청정해역에서 자라 살이 통통하고 단맛이 강하다. 소금구이로 구워 먹으면 껍질까지 향긋하고, 그 고소함은 계절 별미 중 으뜸으로 손꼽힌다.

겨울철엔 새조개의 계절이 온다. 새조개는 양식이 어려워 자연산만 유통되며, 육질이 쫄깃하고 단맛이 뛰어나다. 특히 1~2월 수온이 낮을 때가 가장 맛있고, 샤브샤브로 살짝 익혀 먹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홍성 남당항에서는 매년 새조개 축제도 열린다.

대하구이 - 온누리회수산
대하구이 – 온누리회수산

김과 함께 바다를 씹다

홍성 인근에서는 재래식 김 양식도 활발하다. 향긋하고 감칠맛이 강한 재래맛김은, 기계식 양식보다 맛이 진하고 식감이 좋다. 특히 겨울철 햇김은 노화방지와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는 평가를 받으며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재래김은 별다른 조리 없이 밥 위에 얹어 먹는 것만으로도 홍성의 해풍과 바다가 느껴진다. 바다를 입에 넣는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홍성의 음식은 육지의 고기, 바다의 해산물, 그리고 토굴에서 만든 발효음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다.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되, 각각이 개별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진한 고기 국물 뒤에 새우젓의 단맛이 느껴지고, 새조개 샤브샤브와 함께 나온 재래김이 한 끼를 정리해주는 식이다. 전통과 계절, 자연의 시간을 요리로 풀어낸 도시. 홍성은 음식이 지역의 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