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경기도 수원의 한복판, 인계동의 효원공원 서편에는 조금은 낯선 감각의 공간이 있다.

‘월화원’이라 불리는 이 정원은 바쁜 도시 일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마치 다른 나라에 잠시 발을 들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처음 이 공간을 마주하는 이들은 중국 광둥 지방의 어느 고택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사실 이 정원은 2003년 경기도와 광둥성이 맺은 문화 교류 협약을 바탕으로 2005년 착공돼 2006년에 문을 연, 교류의 상징이자 결과물이기도 하다.
중국 전통 미학을 그대로 옮긴 정원
월화원의 구조는 단순히 중국풍으로 꾸민 ‘테마 공원’과는 다르다. 건물과 조경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며, ‘중국 남부식 정원미학’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창호 너머로 보이는 정원, 흙으로 다진 인공 산, 부드럽게 굽은 호수와 그 위의 정자, 배 모양의 구조물과 인공 폭포까지, 전체적으로 이국적인 정취를 섬세하게 구현해냈다.

실제 광둥 건축 기법 도입
건축 자재 역시 중국식 전통 양식을 충실히 반영했다. 파란 벽돌과 흰 석회, 천연 목재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미를 자아낸다.
지붕과 벽이 만나는 부분에는 손으로 조각한 석회와 목재 장식이 더해져, 단순한 건축을 넘어 하나의 조형미로 승화되었다. 내부에는 고전 시구와 문구가 곳곳에 새겨져 있어 조용히 읽으며 사색하는 즐거움도 제공한다.
무료 입장, 야간 개방…접근성까지 갖춘 ‘열린 정원’
이 정원이 주는 또 하나의 강점은 접근성과 개방성이다. 입장료는 없으며,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다. 이는 단순히 관광을 위한 시설이 아닌,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상의 쉼터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녁에는 조명이 정원을 감싸며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낮에는 섬세한 조형미를, 밤에는 조용한 여백의 미를 즐길 수 있어, 시간대에 따라 다른 감상을 남긴다.

교통편도 간편…수원시청역 도보 이동, 버스 정류장도 인접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도 좋다. 지하철 분당선 수원시청역에서 도보로 약 1km, 버스는 8800번 ‘경기아트센터’ 정류장, 7001번 ‘효원공원’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단, 전용 주차장이 없어 차량 이용 시 주변 공영주차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은 미리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만큼 큰 불편은 없는 편이다.
왜 ‘월화원’인가…이름에 담긴 상징성과 의미
‘월화원(月華園)’이라는 이름은 달빛처럼 고요하고 은은한 아름다움을 지닌 정원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이는 공간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조형적으로도 정원의 선들은 곡선이 많고, 전체 구성은 닫힌 듯 열려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는 전통 중국 정원의 핵심 미학 중 하나인 ‘숨김과 드러냄의 조화’를 상징한다.
이 정원은 단순한 조경시설이 아닌, 한중 간 문화적 맥락과 우호의 결실이다. 20여 년 전 맺은 협약이 지금도 구체적인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월화원은 ‘살아 있는 외교 공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