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경북 영덕의 해맞이공원은 단순히 일출 명소로만 불리기엔 아쉬움이 많다. 이곳은 한때 산불로 폐허가 되었으나, 치유와 재생의 시간을 거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자연 공간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11월 환경부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경북 동해안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되면서 해맞이공원 역시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회복과 보존의 이야기를 품은 장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1997년 대형 산불은 영덕 해안 절벽과 인근 산림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영덕군은 단순 복구가 아니라 자연의 힘을 되살리는 방향을 택했다. 수천 그루의 향토 나무와 야생화를 심어 지금의 숲을 이뤘고, 나무 계단과 산책로를 놓아 방문객이 편히 즐길 수 있는 생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환경 미화가 아니라, ‘재난을 극복한 복원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지역민들에게도 상처를 넘어 희망의 공간으로 기억된다.

공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창포말등대다. 대게의 집게발이 태양을 받치는 형상으로 설계돼 영덕의 정체성을 담아낸다. 이곳에 서면 동해의 수평선과 조림된 해송 숲, 넓은 초지가 어우러진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또한 해안 바위는 약 2억 년 전 마그마가 식어 굳은 화강섬록암으로, 파도와 풍화가 만들어낸 지질학적 예술품이다. 특히 두 바위가 맞닿아 새끼손가락을 걸고 있는 듯한 ‘약속바위’는 지각 운동의 흔적이자 인기 있는 포토 스폿으로 자리 잡았다.
해맞이공원은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료가 모두 무료다. 세 곳의 주차장이 마련돼 접근성도 좋다. 단순 산책을 넘어 트레킹을 즐기고자 한다면, 해파랑길과 영덕 블루로드의 출발점이 되는 공원의 의미는 더욱 크다.
블루로드 B코스는 공원에서 시작해 대게원조마을로 이어지는 해안 트레일로, 바다와 숲, 마을을 아우르는 여정을 경험할 수 있다. 긴 트레킹을 원한다면 동해를 따라 부산까지 이어지는 해파랑길로도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