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바람 한 줄기에도 물결이 금빛으로 부서지는 이곳은, 믿기 어렵게도 한때 폭약 소리로 가득한 폐채석장이었다.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에 자리한 포천아트밸리는 국내 최초의 환경 복원형 문화공간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흉물스럽게 방치된 채석장이었으나, 포천시의 재생 프로젝트를 거쳐 2009년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지금은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대표 생태·문화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포천아트밸리의 중심은 ‘천주호’다. 화강암을 파내던 자리에 샘물과 빗물이 고여 자연적으로 생긴 이 호수는 최대 수심 20m, 1급수 수질을 유지한다. 도롱뇽이 서식할 만큼 깨끗해 생태적 가치가 높다.
이 호수가 신비로운 녹청색을 띠는 이유는 화강암 속 광물 성분 때문이다. 빛의 각도와 계절에 따라 물빛이 바뀌어, 가을 햇살 아래에서는 물속까지 단풍이 스며드는 듯한 장관을 보여준다. 절벽 위 붉은 단풍과 호수의 초록빛이 맞물리며,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풍경을 완성한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2020년,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핵심 지질명소로 공식 인증받았다. 절벽을 이루는 ‘대보 화강암’은 약 1억8천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에 형성된 것으로, 한반도의 지질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포천아트밸리 곳곳에는 포천 화강암으로 만든 조각 작품 3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절벽과 호수를 배경으로 한 조형물들은 인위적이지 않게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 산책로 자체가 하나의 미술관처럼 느껴진다.
이곳의 조각공원은 ‘자연 속 예술의 재탄생’을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년 새로운 작품이 추가된다. 도시의 박물관과 달리 관람객은 바람, 물빛, 바위의 질감까지 함께 체험한다.

호수를 따라 오르다 보면 별빛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천문과학관이 있다. 4D 영상관과 천체망원경을 갖춘 이곳은 아이들에게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심어주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낮에는 화강암 절벽의 웅장함을, 밤에는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을 감상할 수 있어,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특히 야간 개장 시기에는 천주호 위로 별빛이 반사되어 한층 더 몽환적인 풍경이 완성된다.
주차장에서 천문과학관과 천주호까지는 경사로를 따라 약 10~15분 거리다. 하지만 이 구간을 연결하는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단 몇 분 만에 정상에 도달한다. 노약자나 어린이 동반 가족에게 특히 인기다.

탑승 중에는 유리창 너머로 호수와 절벽, 조각 작품이 이어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이동 시간조차 여행의 일부가 된다. 가을에는 단풍이 절정이라 모노레일 창가 좌석이 금세 매진되기도 한다.
하절기(3월~10월)에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금·토·공휴일은 야간 10시까지 운영한다. 동절기(11월~2월)는 오후 6시까지 단축 운영되므로 방문 전 반드시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매월 첫째 주 화요일은 정기 휴무일이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이며, 모노레일 왕복 요금은 성인 기준 5,3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