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아니었어?”… 국내 숨겨진 이국적인 사진 명소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부산 도심에서 멀지 않은 바닷가, 낯설 만큼 알록달록한 풍경이 펼쳐진다.


장림포구 - 비짓부산
장림포구 – 비짓부산


유럽 어딘가일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이곳은 다름 아닌 부산 사하구 장림동의 장림포구다. 형형색색의 건물과 배들이 늘어선 좁고 긴 포구는 ‘부산의 베네치아’, 즉 ‘부네치아’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최근 주목받고 있다.


장림포구는 원래 조용한 김 생산 어촌이었다. 하지만 산업단지가 들어서며 기존의 어업 기능은 점차 위축되었고, 대신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SNS를 통해서다. ‘부네치아그램’이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하고, 다채로운 색상의 건물 앞에서 촬영한 이국적인 사진들이 퍼지며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탔다.


포구 초입에는 방문자를 맞이하는 알록달록한 표지판이 자리한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미로처럼 휘어진 ‘ㄷ’자 형태의 공간이 펼쳐지고, 형광색으로 칠해진 건물들과 크고 작은 어선들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장림포구 - 비짓부산
장림포구 – 비짓부산


이곳의 상징적인 공간은 바로 ‘퍼스널 컬러 존’이다. 건물 문마다 각기 다른 색상으로 꾸며진 이 구간에서는 총 9개의 사진 배경을 경험할 수 있다. 관광객들이 연이어 셀카를 찍으며 걷는 이 거리의 1층은 아직도 어민들의 어구 보관창고로 사용되고 있어, 현실과 연출이 묘하게 교차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셀카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2층으로 이어진다. 위쪽에는 ‘놀이촌’과 ‘맛술촌’이 있어 간단한 식사나 간식, 커피 등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인기가 높다.


장림포구가 단순한 촬영 명소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시간의 변화’에 있다. 특히 해 질 무렵이 되면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노을빛에 물들며 전혀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같은 장소에서도 오전과 오후, 해질녘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장림포구 - 비짓부산
장림포구 – 비짓부산


2층에서 내려다보는 포구는 또 다른 묘미를 제공한다. 드론을 이용해 넓은 각도로 장림포구를 촬영하는 방문객도 많아졌고, 그 장면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국적인 기분에 빠지기 충분하다.


무작정 재개발하지 않고, 기존의 어촌 모습을 유지한 채 색다른 감각으로 공간을 해석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건물 외관은 눈길을 사로잡지만, 그 속엔 여전히 어민의 일상이 살아있다. 화려함과 소박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장림포구는 관광지이자 생업 공간이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베네치아라는 별명은 언뜻 들으면 과장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장림포구는 실제로 이탈리아 무라노섬을 연상시키는 경관을 갖추고 있고, 그것이 전통과 현재가 맞닿은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장림포구 - 비짓부산
장림포구 – 비짓부산


최근에는 장림포구 일대에 예술가들의 공방이나 수공예 가게들도 생기며 소규모 창작 활동의 중심지로도 떠오르고 있다. 상업화된 포토존보다는 한적한 골목과 작은 배경들이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주는 사례다.


장림포구가 주는 매력은 단순히 ‘예쁜 곳’이 아니라, 한국 속 외국 같은 풍경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의 바다’라는 감성을 놓지 않는 점에 있다. 그것이야말로 장림포구가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진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