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가을이면 단풍만 떠올리는 이들에게 올해는 조금 색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경남 거창 감악산 별바람언덕이 9월 19일부터 10월 12일까지, 아스타 국화와 구절초로 물든 ‘보랏빛 언덕’으로 다시 태어난다. 매년 수십만 명이 찾는 ‘감악산 꽃별 여행’이 5회째를 맞아 더욱 다채롭게 꾸며진다.
지난해 30만 명이 찾은 이 행사는, 단순한 꽃 축제를 넘어 자연, 음악, 체험, 그리고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드는 가을 종합 문화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올해는 ‘보랏빛 노을 속으로’라는 주제로, 꽃의 절정을 한껏 끌어올리는 시기와 맞물려 방문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예정이다.
주요 볼거리는 30만 본에 달하는 아스타 국화와 더불어 구절초, 벌개미취, 청화쑥부쟁이 등 약 40만 본의 자생초가 이룬 가을 정원이다. 특히 올해 처음 조성된 구절초 단지는 개화 시기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9월 초까지는 구절초가, 이후 10월 초순에는 국화가 만개하며 언덕 전체를 색색의 층으로 감싼다.

‘별바람언덕’이라는 이름처럼, 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전망이 꽃과 어우러져 시각뿐 아니라 후각과 청각, 촉각까지 깨우는 장소로 거듭났다. 단순히 인생샷을 남기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머무는 동안 계절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감각의 공간’이 되고 있다.
꽃의 향연이 전부는 아니다. 9월 20일 열리는 ‘별빛언덕 음악회’를 시작으로, 축제 기간 내내 매일 색다른 공연이 열린다. 아카펠라, 팝페라,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들판을 가득 채우고, 주말에는 버스킹 공연이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펼쳐진다.
밤이 되면 감악산 전망대에서는 미디어파사드가 상영되며, 꽃밭과 빛의 조합이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낮과는 전혀 다른 표정을 가진 감악산의 밤은, 또 하나의 ‘숨은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감악산 꽃별 여행’은 시각과 청각을 넘어 미각까지 챙긴다. 축제장 한편에서는 ‘꽃별 마켓’이 열려 지역 농산물과 특산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특히 남상면과 신원면 부녀회가 운영하는 장터에서는 거창산 제철 재료를 활용한 전통 음식이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된다.
이는 단순한 상업행사를 넘어서 지역 경제를 살리고, 방문객과 지역 주민이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대규모 행사임에도 주민 참여 비중이 높은 점이 이 축제의 차별화된 요소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자연 속에서의 회복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올해 축제에는 ‘웰니스 체험’도 강화됐다. 주말마다 운영되는 체험 부스에서는 허브차 시음, 천연 향 롤온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단순한 참여형 행사를 넘어, 실제 힐링의 시간을 제공하는 구성이다.

꽃을 보며 사진만 찍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자연이 주는 휴식과 연결되도록 기획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웰니스 테마는 중장년층 관광객은 물론, MZ세대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도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거창의 가을은 ‘보랏빛’으로 기억될 것이다. 언덕 위에서 느낀 바람, 향기, 소리 그리고 사람들. 그 모두가 이 축제를 진짜 축제답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