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 하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퍼플섬’이라는 이름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곳은 이제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교육 현장에까지 발을 들였다.

신안군은 지난 8월 26일, 동아출판이 발행한 중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에 퍼플섬이 공식 수록됐다고 밝혔다. 전국 중학교에서 채택률이 높은 교재로, 많은 학생이 이 보랏빛 섬을 처음 접하는 순간이 교실 속에서 펼쳐지게 된 것이다.
지역 관광지가 교육 콘텐츠로… 퍼플섬의 이례적 확장
해당 교과서는 퍼플섬의 건물, 교량, 버스, 정원까지 모두 보랏빛으로 통일된 독특한 풍경을 소개하며, 보라색 복장을 한 관광객에겐 입장료가 면제된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담았다.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문화가 영어라는 언어로 번역되어 전달되면서 섬은 일종의 상징이 됐다.
퍼플섬이 수록된 것은 단지 관광지를 홍보하는 차원을 넘어, 지방의 자원이 교육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색이라는 감각적 요소를 중심으로 공간이 어떻게 문화와 결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보랏빛 환상 속을 걷다: 퍼플섬의 감각적 구성
퍼플섬은 반월도와 박지도를 연결한 테마형 섬으로, 보라색 지붕과 간판, 해상보행교까지 마을 전역이 하나의 색채 콘셉트로 일관돼 있다. 특히 관광객들은 차량 없이도 세 섬을 하나의 산책로처럼 누빌 수 있어, 단일 목적지로서의 완결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 3개의 다리는 각기 다른 길이로 연결되어 있으며, ‘문브릿지’와 ‘퍼플교’는 방문객에게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준다. 이 길은 만조 때 더욱 극적인 풍경을 연출해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섬’이라는 감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교과서 수록의 의미…관광 이상의 교육적 가치
교육용 교과서에 한 지역의 정체성이 실린다는 것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미래 세대에게 특정 공간이 기억되고 해석되는 방식을 결정짓는 일이다. 퍼플섬이 담긴 이번 사례는 ‘색’이라는 문화 요소가 지역의 브랜드로 확장된 대표적 사례다.
신안군 관계자는 “청정 자연과 주민들이 함께 만든 퍼플섬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 전달할 수 있게 돼 의미가 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 색을 매개로 한 ‘지역 브랜딩’의 실효성을 보여준다.
색채 마케팅의 진화, 퍼플섬은 어떻게 성공했나
퍼플섬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위치해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시각적 통일성과 지역 주민의 자발성이 결합된 보기 드문 사례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색과 인공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핵심이다.
특히 대부분의 색채 마케팅이 상업성과 과잉 연출에 그치는데 반해, 퍼플섬은 ‘정체성’과 ‘현지성’을 기반으로 문화적 깊이를 더했다. 이는 퍼플섬이 관광지 이상의 의미로 자리 잡게 된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