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드라이브 가기 딱 좋아”… 차 타고 정상까지 오르는 ‘이 산’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산 정상은 흔히 온몸을 적시는 땀과 숨 가쁜 호흡 끝에 닿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충남 홍성의 백월산은 이런 상식을 가볍게 깨뜨리며, 차로도 정상 가까이 오를 수 있는 특별한 산으로 알려져 있다.


백월산 - 홍성군 블로그
백월산 – 홍성군 블로그


해발 394m의 높이를 자랑하지만, 백월산의 매력은 도로 덕분에 몇 분 만에 정상을 향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홍성군청 공식 안내에 따르면 정상 인근까지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어, 나이 든 부모님과도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정상 주차장에서 불과 100m 남짓 오르면, 홍성읍의 불빛과 광활한 내포평야, 그리고 서해 천수만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도시와 농촌, 바다가 동시에 어우러지는 풍경은 짧은 여정의 대가라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 때문에 백월산은 ‘드라이브형 전망대’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다만 정상으로 오르는 임도는 좁고 경사가 심해 초보 운전자에게는 긴장을 요구한다. 마주 오는 차량을 피해야 하는 순간도 종종 있어, 조심스러운 운전이 필요하다. 이 짧은 긴장감은 오히려 정상 풍경을 만나는 기대감을 더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백월산 - 홍성군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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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월산이라는 이름에는 깊은 역사가 담겨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백제 부흥군이 주류성을 거점으로 항전하던 시절, 밤마다 이 산에 올라 밝은 달을 보며 나라의 재기를 다짐했다고 한다. ‘백월(白月)’은 단순한 달빛이 아니라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 상징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백월산의 정상은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역사의 아련함을 곱씹는 장소가 된다. 용봉산이 험준한 바위와 암릉으로 등산의 묘미를 준다면, 백월산은 짧고 편안한 접근 속에서 사색의 무게를 전한다.


백월산을 찾으려면 내비게이션에 ‘엘림가든(홍성읍 백월로117번길 20-68)’을 입력하면 된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따로 없지만, 해가 진 후에는 시야가 좁아져 운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백월산 - 홍성군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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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길 자체가 왕복 도로라기보다 임도에 가깝기 때문에, 성수기에는 교행이 쉽지 않다. 가능하다면 주말보다 평일 이른 시간대를 이용하는 것이 한결 수월하다.


짧은 드라이브와 몇 분의 산책만으로도 도시의 불빛, 넓은 평야, 바다의 수평선을 동시에 마주할 수 있는 경험은 흔치 않다. 땀보다는 여유를, 도전보다는 위안을 전하는 곳. 백월산이 많은 이들에게 숨겨진 명소로 회자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