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청명한 가을빛 아래, 여행자는 두 부류로 나뉜다. 풍경을 눈에 담는 이와, 자연의 온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이. 만약 당신이 후자라면, 지리산 허브밸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입구를 스치면 먼저 코끝을 찌르는 로즈마리 향이 반긴다. 이어 눈앞에 펼쳐지는 건 거대한 꽃의 바다. 단순한 ‘사진 명소’를 넘어, 직접 흙을 만지고 허브차를 마시며 계절을 오롯이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정원’이다.
지리산 품에 안긴 4만㎡ 꽃밭, 가을빛으로 물들다
지리산 허브밸리의 가장 큰 매력은 압도적인 규모다. 약 4헥타르(4만㎡)에 달하는 코스모스 단지는 국제 규격 축구장 5개 이상을 합친 크기로, 지리산 능선을 배경 삼아 황금빛 물결을 이룬다. 그 사이를 걷다 보면 삼색 국화와 허브들이 조화롭게 피어나며, 바람이 향을 실어 나른다.
이 장관은 단순히 ‘꽃밭’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 거대한 색의 파노라마다. 사진 속으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깊이와 향이 있어 방문객들은 한결같이 “사진이 실물을 못 담는다”고 말한다.

단순한 관람이 아닌, 참여로 완성되는 여행
지리산 허브밸리는 단순히 보는 정원이 아니다. 방문객이 직접 참여하며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을 한정 ‘스탬프 투어’는 공원 내 여섯 곳의 명소를 돌며 도장을 모으는 프로그램으로, 미션을 완수한 선착순 5천 명에게는 메리골드 화분이 증정된다.
이 외에도 직접 재배한 로즈마리로 허브차를 맛보는 시음 행사가 인기다. 바람이 서늘해지는 계절, 한 잔의 따뜻한 허브차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녹인다.

자연 속에서 배우는 느린 치유의 시간
조금 더 깊은 체험을 원한다면 예약제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에 주목할 만하다. 복합토피아관 열대식물원에서는 230여 종의 식물 사이를 거닐며 전문 해설사의 이야기를 듣는 ‘해설 투어’가 진행된다.
또한 ‘반려식물 키우기’ 체험에서는 계절 꽃을 직접 심고 가꾸며,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흙의 질감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일상의 피로를 풀어주는 명상 같은 순간이 된다.

모두에게 열린 공간, ‘열린관광지’의 의미
지리산 허브밸리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목표로 설계되었다. 2022년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이곳은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객도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와 넓은 동선을 갖췄다.
장애인 화장실 등 세심한 편의시설은 물론, 열대식물원의 해설사들은 신중년 경력자들이 중심이 되어 생생한 식물 이야기를 전한다. 단순한 해설을 넘어, 세월이 묻어나는 경험이 더해진 ‘이야기식 투어’가 매력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입장료는 성인 5천 원, 청소년 및 어린이는 3천 원이다. 체험 예약은 공식 누리집이나 대표번호(070-7764-0130)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