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만족도 100%”… 9월, 제주에서 꼭 가봐야 할 숨겨진 명소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제주의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거대한 본섬의 그림자 아래 자리한 조용한 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협재해수욕장 앞바다에서 단 15분, 한림읍 비양도가 바로 그곳이다.


비양도 - 비짓제주
비양도 – 비짓제주


0.5㎢의 작은 섬이지만, 자연이 오랜 시간 정성 들여 조각한 것처럼 다양한 지질과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9월, 가장 빛나는 계절에 그 매력을 따라가 본다.


제주에서 가장 마지막에 깨어난 섬


비양도는 약 1,000년 전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 ‘가장 마지막’으로 생겨난 화산섬이다. 섬의 중심에 우뚝 솟은 비양봉은 두 개의 분석구를 품고 있으며, 북서쪽 해안엔 과거 사라진 화산체의 흔적이 남아 있어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중에서도 직경 5미터, 무게 10톤에 달하는 거대한 화산탄은 제주에서 발견된 가장 큰 규모로 기록돼 있다. 섬 자체가 살아있는 지질 교과서라 해도 과하지 않다.


비양도 - 비짓제주
비양도 – 비짓제주


비양도의 풍경은 곧 제주의 압축판


이 작은 섬 안에는 다양한 풍경이 모여 있다.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아이를 안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애기업은돌’, 바다를 향해 고개를 내민 코끼리를 닮은 ‘코끼리 바위’ 같은 독특한 기암괴석이 연이어 등장한다.


이들은 단순한 관광 포인트를 넘어, 제주 화산지형의 형성과정과 풍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천연 박물관의 기능도 수행한다.


비양도 - 비짓제주
비양도 – 비짓제주


펄랑못, 바닷물과 습지가 만나는 경계


비양도의 또 다른 상징은 바닷물 습지인 ‘펄랑못’이다. 일반적인 습지와 달리, 해수와 민물이 교차하며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염도가 달라지는 독특한 환경을 이룬다. 이 생태계는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할 수 있는 희귀한 조건을 제공하며, 기후 변화 연구나 염습지 보존 가치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양봉 중턱의 전망대와 하얀 등대는 섬의 숨은 명소로 꼽힌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협재해수욕장과 한림 앞바다는 9월의 맑은 햇살 아래 더 선명하게 빛난다. 계절 특유의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과 맞물려, 사진을 남기기 위한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비양도 - 비짓제주
비양도 – 비짓제주


숨은 보석, 비양도를 여행하는 방법


비양도에 가려면 협재 선착장에서 하루 4~6회 운항되는 여객선을 이용해야 한다. 약 15분 소요되며, 섬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다만 주말이나 휴가철엔 현장 선착순으로 표를 구입해야 하므로, 일찍 도착하거나 온라인 예약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입장료는 없으며, 섬 전체를 도보로 이동할 수 있어 걷기 여행에 최적화되어 있다.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데 평균 2~3시간이 소요된다.


비양도는 관광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곳의 지질 자원은 단순히 ‘예쁜 경치’를 넘어 제주 화산 활동의 역사와 진화를 보여주는 생생한 흔적들이다. 무분별한 상업 개발이 아닌 보존을 전제로 한 탐방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까지도 일부 지역은 정비가 미흡하거나 접근이 제한되는 구간도 있다. 그러나 이 제한이 오히려 섬의 본래 가치를 지켜주는 장치가 되고 있다.


비양도 - 비짓제주
비양도 – 비짓제주


9월의 비양도, 관광보다 관찰에 가깝다


흔한 명소처럼 소비되는 관광지가 아니라, 고요하게 제주를 이해할 수 있는 관찰의 장소라는 점에서 비양도는 특별하다. 9월의 선선한 바람과 길어진 햇살은 이 섬을 찾기에 가장 알맞은 시기를 만든다.


화려한 쇼핑 거리나 유명 맛집은 없지만, 그 빈자리를 자연의 정적과 독특한 생태가 채워준다. 여행이라는 단어에 ‘느림’과 ‘깊이’를 더하고 싶다면, 비양도는 그에 딱 맞는 해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