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서울에서 가을을 가장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은평한옥마을이다.

서울특별시 은평구 진관동에 자리한 은평한옥마을은 2014년 신한옥 주거단지로 조성되었다. 오래된 골목의 북촌과 달리, 넓고 단정하게 가꿔진 길 위에서 한옥과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단풍과 한옥이 빚어내는 독특한 풍경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카페에서 북한산 전경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진정한 매력은 도보에 있다. 마을 중심에서 북한산 방향으로 뻗은 산책길은 한옥 담장과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나란히 이어지며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만든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른 각도로 겹쳐지는 처마와 단풍은 카메라가 아닌 눈으로 담을 때 더욱 빛난다.
담장 너머에서는 감나무와 단풍나무가 가지를 내밀며 사적인 공간의 아름다움을 공공의 산책길로 흘려보낸다. 이는 도시 속 일상에서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고즈넉한 장면이다.

진관사와 둘레길로 이어지는 길
마을 산책로는 북한산 둘레길 9구간과 연결되고, 길의 끝에서는 천년고찰 진관사에 닿는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가을에는 도시 소음 대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새소리가 길동무가 된다. 별도의 코스 설계가 필요 없을 만큼 발길 닿는 대로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북촌의 복잡한 골목과 달리, 은평한옥마을은 걷기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적 여유를 제공한다. 이는 현대적 생활 공간으로 설계된 마을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산책의 조건은 ‘조용한 발걸음’
이곳이 관광지가 아닌 생활 공간이라는 점은 산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주민들의 일상과 공존해야 하기에 소란스러운 행동은 금물이다. 눈으로 담고 마음에 새기는 태도가 전제될 때, 단풍과 한옥의 조화는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고요한 오후, 바람에 스치는 낙엽 소리는 그 자체로 가을의 배경음악이 된다.
걷기를 마친 뒤에는 마을 곳곳에 자리한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방금 지나온 길을 되새기는 시간이 좋다. 주차는 한문화공영주차장이 가장 합리적이며, 시간당 1,2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실용적인 편의시설은 여행의 번거로움을 줄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