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핑크뮬리 정원이 열린다”… 9월, 꼭 가봐야 할 국내 축제 3탄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제주 서귀포 산방산 자락에 위치한 마노르블랑 정원이 다시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마노르블랑 핑크뮬리 - 비짓제주
마노르블랑 핑크뮬리 – 비짓제주


매해 8월 말부터 시작되는 ‘핑크뮬리 개화 시즌’은 공식적인 축제 명칭이 붙지 않아도, 이미 제주 가을의 상징처럼 자리잡은 비공식 명소다.


마노르블랑은 원래 유럽식 정원 카페로 알려졌지만, 여름엔 수국, 가을엔 핑크뮬리, 겨울엔 일루미네이션으로 이어지는 사계절 꽃 콘텐츠로 정원형 관광지로 진화해왔다.


이곳의 특징은 축제가 특정 날짜에 몰려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개화 시점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즌이 시작되며, 관광객들은 SNS나 블로그 후기를 통해 ‘지금 가장 예쁜 시기’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마노르블랑 핑크뮬리 - 비짓제주
마노르블랑 핑크뮬리 – 비짓제주


핑크뮬리 군락지는 약 1,500평 규모로, 정원 곳곳에 조형물과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특히 햇빛이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5시 이후가 ‘황금 시간대’로 불린다. 광각으로 담으면 핑크빛 들판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야외 웨딩사진 명소로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자연 경관에 기반한 공간일수록 상업적 요소가 부각될 때 역효과도 뒤따른다. 입장료, 주차비, 음료 가격 등은 제주의 다른 관광지에 비해 높은 편이며, 일부 방문객 사이에선 “사진 한 장 찍으러 가는 데 2만 원 넘게 드는 곳”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개화 기간 동안 혼잡도가 심화되면서, 접근성 문제도 자주 거론된다. 좁은 진입로와 정원 내 동선 불편, 성수기 주차 대란은 반복적으로 제기돼온 구조적 한계다.


마노르블랑 핑크뮬리 - 비짓제주
마노르블랑 핑크뮬리 – 비짓제주


마노르블랑은 단순한 정원 카페가 아니라 ‘시각 콘텐츠 기반 플랫폼’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방문 자체보다 ‘기록하고 공유하는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구조다.


운영 측은 2025년부터 일부 구역을 유료 포토스팟으로 전환하고, 저녁 시간대 예약제 프로그램을 도입해 혼잡 해소를 시도 중이다. 이 같은 시도는 제주 관광지 전반의 밀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료화 흐름과도 맞물린다.


핑크뮬리는 화려하지만 짧다. 약 6주 정도의 개화기를 위해 수개월간 준비되는 마노르블랑의 정원 전략은, 단순히 꽃을 심는 것이 아닌 계절을 ‘기획’하는 방식에 가깝다. 그만큼 섬세한 운영과 경험 설계가 필요하다.


마노르블랑 핑크뮬리 - 비짓제주
마노르블랑 핑크뮬리 – 비짓제주


제주의 바람 속에서 분홍빛이 피어나는 이 순간, 관람은 시작됐지만 평가는 이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