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만 유명한 줄 알았죠?”… 5060세대가 푹 빠진 영주 가볼 만한 곳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소백산맥 남쪽 자락, 경북 영주는 지금 5060 세대의 ‘힐링 여행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부석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양지뉴필름
부석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양지뉴필름


‘사과의 고장’이라는 수식어 너머, 묵직한 역사와 잔잔한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은 단지 관광을 넘어선 경험을 제공한다.


1980년대의 교과서에서 보았던 ‘선비 정신’이 이곳에선 여전히 살아 숨쉰다. 여행지라기보다 조용히 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공간. 그래서일까, 최근 50대 이상 방문객 비율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부석사, 나를 멈추게 하는 시간


영주 봉황산 자락에 위치한 부석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신라 문무왕 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로, 극락전은 국보로 지정돼 있다.


해가 뉘엿뉘엿 산등성이에 걸릴 무렵, 안양루에 오르면 소백산맥의 능선이 은빛 실루엣처럼 흐른다. 50대 이상 관광객들이 “한 번쯤 멈추고 싶을 때 찾고 싶은 곳”이라 말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부석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양지뉴필름
부석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양지뉴필름


선비의 정신을 걷다, 소수서원과 선비촌


부석사가 영혼을 가라앉히는 곳이라면, 소수서원과 선비촌은 영주의 정신을 온전히 느끼는 공간이다.


순흥면 소백로에 자리한 소수서원은 조선시대 성리학 교육기관으로, ‘임금이 사액을 내린 최초의 서원’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단지 오래된 건물이라는 것을 넘어, 배움과 덕목을 중시하던 조선 유학의 원형이 보존돼 있다.


소수서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양지뉴필름
소수서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양지뉴필름


선비촌, 테마파크 아닌 삶의 단면


소수서원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선비촌은 재현된 한옥마을이라기보다, 당시의 공기와 삶을 되짚는 공간에 가깝다.


돌담길을 걷다 보면 느긋한 걸음으로 돌아가던 옛 선비들의 발걸음이 떠오른다. 체험보다 ‘정취’를 느끼고 싶은 중장년층에게는 한적한 이곳이 특히 잘 맞는다. 조용한 산책길과 고풍스러운 가옥들은 나를 둘러싼 속도를 잠시 잊게 만든다.


선비촌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범수
선비촌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범수


쫄면 한 그릇에 깃든 시간, 영주 ‘나드리’


여행의 맛은 음식에서 완성된다. 영주시 중앙로에 위치한 ‘나드리’는 1986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쫄면을 내온 식당이다.


탄력 있는 면발에 매콤달콤한 양념을 버무린 이곳 쫄면은 단순한 향수를 넘는다. 지역 주민은 물론, 외지에서 온 이들도 ‘영주에 가면 꼭 들러야 할 맛집’으로 꼽는다. 과하지 않은 맛, 정겨운 인심이 어우러진 이곳은 바쁜 도시의 식사와는 다른 여유를 선사한다.


나드리 쫄면 - 업체등록사진
나드리 쫄면 – 업체등록사진


영주는 오래전부터 교육과 학문의 도시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정적인 이미지에 ‘감성적인 휴식처’라는 새로운 면모가 더해지고 있다.


5060 세대는 이제 소비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조용한 풍경 속에서 걸음을 멈추고, 낯선 음식보다 익숙한 맛에 마음을 놓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영주는 그들에게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 남는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