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간에 머물러 있던 이야기는 기능을 잃는 순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간다. 시간이 머물다 간 흔적이 보이는 갈라진 벽, 빛바랜 간판, 거칠어진 나무 기둥이 그 결과물이다.
경기도 숨은 명소 중에는 과거의 기억을 품었다가 새롭게 재탄생한 장소가 있다. 잊혀졌던 공간은 다시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낡은 장소는 여유를 제공하는 쉼터로 대변신했다.
빈티지스러우면서도 창의력이 가득한 경기도 여행지 네 곳을 소개한다. 오래된 것들이 주는 위로와 미래로 이어지는 희망을 발견해 보자.
성남 물빛정원

◆주소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탄천상로 102
◆운영시간 : 06:00-21:00
◆입장료 : 무료
이름부터 청초한 물빛정원은 한때 하수처리장이었지만, 운영이 중단된 채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 오래된 폐처리장이 올해 휴식과 예술이 어우러진 정원으로 리모델링됐다.
이곳은 탄천과 동막천이 만나는 지점이라 두물길이라고도 불리며 다양한 테마 공간으로 분리된다. 담빛쉼터, 꽃대궐정원, 소풍마당 등을 통해 폐처리장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러면서 과거의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는 경기도 숨은 명소라고 할 수 있다.
평택 웃다리문화촌

◆주소 : 경기도 평택시 서탄면 용소금각로 438-14
◆운영시간 : 09:30-17:30 | 월요일 휴무
◆입장료 : 무료
들녘 사이 소박한 금각리 마을. 이곳 마을회관 앞에는 버스가 회차하는 작은 공터가 있다. 맞은편에는 현재 폐교된 금각초등학교가 있는데, 교내를 예술 조각품들로 꾸며놓아 밝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특히 학생들이 실제로 뛰어놀던 운동장은 잔디와 함께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울타리처럼 둘러서 있다. 2000년대 폐교 후 6년간 방치되었다가 평택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된 공간이다. 국민학교 시절의 추억이 담긴 장소로, 평택의 소박한 매력을 느껴보자.
시흥 맑은물상상누리

◆주소 : 경기도 시흥시 공단2대로 14
◆운영시간 : 10:00-16:00 | 일요일 휴무
◆입장료 : 무료
한때 생활하수 처리시설 공간이 문화와 예술을 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 웃다리문화촌이다. 본관 창의센터는 이전에 진행되었던 하수처리 과정을 재미있게 설명해 놓은 전시관이 있다. 이곳을 제외한 공간은 모두 재생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구조물은 고깔 모양의 비전타워.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오를 수 있는데, 꽃처럼 펼쳐진 시설물의 지붕 풍경을 감상해 보자.
안양 병목안시민공원

◆주소 :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병목안로 215-1
◆운영시간 : 24시간
◆입장료 : 무료 (캠핑장 별도)
사계절 뚜렷한 색감, 계곡과 숲이 어우러진 경기 숨은 명소, 바로 수리산 북쪽 자락에 있는 병목안시민공원이다. 먼저 내부로 들어서면 황토가 깔린 산책로를 따라 많은 시민들이 걷고 있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계단을 오르면 넓은 잔디마당과 시원한 인공폭포가 맞이해 준다. 이곳에는 아픈 역사가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철도용 자갈을 채취하던 채석장이었고, 인공폭포는 그 흔적을 화려한 모습으로 감춘 것이었다. 현재도 공원 한쪽에는 당시 사용하던 석재 운반용 객차를 엿볼 수 있다.
또한 국립공원 야영장 부럽지 않은 풍경을 가진 캠핑장도 운영 중이므로, 주말 나들이 장소로도 추천한다.
고양 일산문화예술창작소

◆주소 :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일중로15번길 43
◆운영시간 : 09:00-18:00
◆입장료 : 무료
일산역 바로 옆 새로운 경기도 여행지가 생겼다. 베이지색 페인트 외벽과 정겨운 농협 마크.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도 한때 농협 관련 창고였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는 곳이다.
창작소는 크게 세 개의 공간(1층 전시 공간 & 공유 오피스, 지하 1층 다목적실)으로 나뉘는데, 현재는 전시 공간만 이용할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일산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과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옛 거리 모습과 포장되지 않은 도로 풍경은 세대를 아우르는 추억의 한 장이다.
일산 주민뿐만 아니라 저 멀리 제주도 주민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을 만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경기도 숨은 명소다. 여름과 겨울의 혹독한 날씨를 피해 마음이 따뜻해지는 모임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