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휴양지 푸껫, 10일간 5명 사망… 알고 보니 충격적 이유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태국 푸껫이 연이어 발생한 해양사고로 안전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푸켓 - 태국정부관광청
푸켓 – 태국정부관광청


8월 중순, 단 열흘 사이 외국인 관광객 5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이어졌고, 사고 대부분이 거센 파도와 구조 인력의 부재 속에 발생했다. 세계적 휴양지라는 명성과 달리, 해변 관리 체계가 심각하게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지 시각 8월 21일과 22일 사이, 푸껫 해변에서는 총 4명의 외국인이 사망하거나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러시아인 남성은 여자친구를 먼저 구조한 뒤 본인은 파도에 휩쓸려 사망했고, 같은 날 남서쪽 해변에서도 2명이 바다에 빠져 구조됐지만 1명은 끝내 숨졌다.


사고 현장에 ‘적색 깃발’ 없었다…경고 체계 미비


이 사고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자연재해 때문만은 아니다. 목격자와 구조 참여자들은 “사고 해변에 어떤 위험 표식도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적색 깃발이나 경고 안내 없이 바다에 들어간 관광객들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고, 구급차의 도착은 평균 20분 이상 지연되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는 단순 사고가 아닌 구조 시스템 전반의 부재를 의미한다. 국제적 관광 인프라를 갖춘 도시로 평가받던 푸껫의 현실이 사실상 ‘무관리 해변’에 가깝다는 점이 이번 사고를 통해 드러났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여행지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여행지도


사망자 계속 발생…단순 익사 아닌 ‘구조 실패’


푸껫 현지 경찰과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특정 지점에 집중됐다. 8월 20일에는 얕은 바닷물에서 68세 스웨덴 남성이 갑자기 쓰러졌고, 22일에는 인근 해변에서 28세 미국인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앞서 8월 7일에는 10살 캐나다 소녀가 부모와 함께 해수욕을 하던 중 익사했다.


모든 사건의 공통점은 ‘예고 없이 발생했다’는 점과, ‘구조 인프라가 현장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역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CCTV를 통해 원인을 파악 중이며, 시신 부검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여행지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여행지도


우기철 해류 위험성 과소평가…이안류 지식 부족도 문제


현지 기상·해양 전문가는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몬순 우기’ 기간 동안 푸껫 해안에 이안류 발생이 빈번하다고 경고해왔다. 이안류는 해변으로 밀려온 파도가 좁은 수로를 통해 빠르게 바다로 빠져나가는 현상으로, 수영에 능숙한 사람조차 저항하기 어렵다.


그러나 관광객들에게 이를 사전에 설명하거나 숙소나 현장에서 관련 안내를 받은 사례는 드물다. 안전요원이 있는 해변은 일부 구역에 한정되어 있으며, 그 외 지역은 사실상 ‘노출 구역’에 가깝다. 이러한 구조적 허점이 단순 사고를 반복된 인명사고로 만들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여행지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여행지도


맹독성 해양생물까지 등장…복합 위험 구간으로 변모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푸껫 해변에서 맹독성 해양생물인 ‘푸른갯민숭달팽이(Blue Dragon)’까지 출현하며 관광객 안전에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길이 3cm 남짓하지만 피부에 닿을 경우 극심한 통증과 독성 반응을 유발한다. 지난 7월부터 푸껫 남서쪽 해안 등지에서 이 생물의 출현이 보고되고 있으며, 일부 관광객은 해변에서 이를 밟고 부상을 입었다.


이처럼 푸껫 해변은 단일 위험이 아닌, 몬순으로 인한 기상 위험, 이안류, 맹독 해양생물 등 복합적 위험이 겹쳐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안전 대책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로 남는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여행지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여행지도


당국 대응 시작됐지만…여전히 ‘관광지 중심’의 한계


푸껫 당국은 뒤늦게 해변 안전요원을 추가 배치하고, 경고 깃발과 안내판을 확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호텔과 리조트에는 “관광객들이 안전 요원이 있는 구역에서만 수영하도록 유도해 달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사고들에 비춰볼 때, 이는 사고 수습에 가까운 조치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푸껫에서는 위험에 대한 ‘주의 환기’보다 ‘관광지 이미지 관리’가 우선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위험 요소를 축소하거나 경고를 소극적으로 알리는 경향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이냐 관광이냐…휴양지의 오래된 딜레마


이번 연이은 사고는 푸껫이라는 ‘이름값’만으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해양 안전 시스템이 확실히 구축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사고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관광객 입장에서 중요한 건 아름다운 바다보다도, 그 바다에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는가’의 여부다.


태국 당국과 푸껫 지방정부가 진정한 안전한 관광지를 지향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 기준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