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한 달 살기’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여행 대신, 지역의 숨결 속에 머무는 경험을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경남 거창군이 선보인 ‘거창에서 한 달 여행하기’는 이런 흐름에 발맞춘 체류형 여행 프로그램이다. 오는 9월 1일부터 11일까지 3차 참가자를 모집하며, 가을이 깊어가는 9월 25일부터 10월 31일 사이에 직접 머물며 여행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 수 있다.
유연한 일정, 숙박비 지원…현실적인 체험형 여행 기회
이 프로그램은 최소 4박부터 최대 29박까지 체류 기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직장인이나 프리랜서 등 다양한 삶의 형태를 반영한다. 신청 자격은 단순하다. 경남 지역 외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며, 1~2인으로 팀을 구성해 응모할 수 있다.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 아닌 만큼, 경제적 부담도 최소화된다. 하루 최대 7만 원의 숙박비 지원은 물론, 1인당 7만~10만 원의 체험비와 여행자 보험료도 함께 제공된다. 선정된 총 15팀은 실제 머무는 날짜에 따라 지원금을 정산받게 된다.

여행을 넘어 홍보자로…SNS 콘텐츠 활동이 핵심
참가자에게 요구되는 조건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체류 기간 동안 개인 SNS를 통해 거창의 관광 자원, 자연, 문화 등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해야 한다. 단순 방문자가 아니라 거창의 일시적인 홍보대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행의 목적이 분명히 설정되어 있다.
이는 지역 입장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체험자의 시선에서 기록된 콘텐츠는 인위적인 홍보보다 더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잠재 관광객에게 다가간다. 동시에 참여자에게는 실질적인 경험과 더불어 여행 콘텐츠 제작 포트폴리오까지 남는다.

가을 한가운데 열리는 거창의 두 가지 큰 축제
이번 체류 기간이 특별한 이유는 가을 축제 시즌과 절묘하게 겹쳐 있다는 점이다. 9월 19일부터 10월 12일까지 진행되는 ‘감악산 꽃별여행’에서는 국화가 수놓은 꽃길과 별빛이 어우러진 야경 속에서 계절의 정수를 체감할 수 있다.
이어지는 ‘거창한마당대축제’는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지역 주민과 외부 방문객이 함께 어울리는 대표 행사다. 전통 공연과 지역 먹거리, 다양한 체험 행사로 구성되어 있어 외지인의 시선으로 지역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관광택시·할인 혜택까지…실질적인 지역 경험 강화
참가자에게는 다양한 부가 혜택도 제공된다. 거창 관광택시 3시간 코스 무료 이용권은 차량이 없는 여행자에게도 접근성을 높이며, 지역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디지털 관광 주민증을 통해 각종 할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숙박과 관광을 넘어서, 실제 거창 주민처럼 소비하고, 생활하며, 교류하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관광객과 지역사회 간의 거리를 좁히는 방식으로 기획된 이번 프로그램은 ‘머무름’을 통해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만든다.
참가 신청은 이메일·경남바로서비스·우편 접수를 통해 가능하며, 세부사항은 거창군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일정만 채우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생활 방식과 콘텐츠 전략을 담은 계획서가 심사 기준이 되기 때문에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
이번 가을, 거창에서 보낼 4~29일은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분명 ‘삶의 태도’를 바꾸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여행자가 아닌, 잠시 머무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지역을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