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장이었다고?”… 가을 하늘 아래 숨은 한반도섬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대한민국의 정중앙, 강원특별자치도 양구에 특별한 섬이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누가 봐도 ‘한반도’ 그 자체다.


한반도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한반도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그런데 이 환상적인 풍경이 사실은 한때 ‘죽은 땅’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의 한반도섬은 오염된 폐허를 되살려낸 생태 복원의 결정체다.


2000년대 초, 이 일대는 댐 상류의 불법 경작지와 쓰레기 투기장이 뒤섞인 오염 지역이었다. 강물로 흘러드는 농약과 폐수가 수질을 망치며, 한강 상류를 위협하는 문제 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2004년, 지역과 환경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5년간의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서천과 한전천의 물길을 조정해 안정적인 수면을 확보하고, 수생식물로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인공습지를 조성한 것이다. 그렇게 죽은 땅은 서서히 푸른 생명의 터전으로 변모했다.


한반도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한반도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복원이 끝난 후, 양구군은 이곳에 ‘국토의 중심’을 형상화한 한반도 모양의 섬을 띄웠다. 백두산 천지에서 시작해 한라산 백록담으로 이어지는 모형은 섬세하게 설계되었다. 동쪽에는 독도와 울릉도도 자리해 ‘하나의 대한민국’을 상징적으로 완성한다.


섬은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인간이 자연을 되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파괴된 환경 위에 새로운 생명이 뿌리내리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회복 서사로 읽힌다.


한반도섬의 진가는 가을에 드러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호수 위에 그대로 비치며, 산책로는 하늘과 호수를 잇는 다리처럼 느껴진다. 수면 위를 따라 걸을 때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한반도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황성훈
한반도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황성훈


특히 이 시기엔 단풍이 섬 가장자리를 붉게 물들이며, 물빛과 공기마저 깊은 푸른색을 띤다. 여행객들은 이곳을 “하늘이 열리는 계절의 마지막 쉼표”라 부른다.


이 섬의 또 다른 매력은 ‘자유로움’이다. 입장료가 없고,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있다. 동서 양쪽의 주차장 또한 무료다. 여행객은 예약이나 시간 제약 없이 찾아와 마음껏 호수와 하늘 사이를 걸을 수 있다.


섬 한 바퀴를 도는 데 약 한 시간이 걸린다. 바쁘게 걸으면 짧게 느껴지지만, 풍경을 음미하며 천천히 걸으면 한반도의 축소판을 여행하는 듯한 묘한 감동이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