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남해 바다를 따라 난 해안길, 그 끝에 선 절벽 아래 낯선 문양이 발길을 붙잡는다. 마치 누군가의 발걸음이 암석 위에 선명히 찍힌 듯한 흔적, 바로 공룡의 발자국이다.

지금으로부터 1억 년도 더 지난 중생대 백악기, 이 해안선을 따라 걸었던 거대한 생명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곳이 있다. 바로 경남 고성군의 상족암군립공원이다.
공룡과 바다, 그리고 시간…층층이 쌓인 백악기의 흔적
고성군 하이면 해안에 자리한 이 공원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지질학적 명소다. 드넓은 해안 암반 위에 줄지어 찍힌 공룡 발자국 화석은 1982년 처음 발견됐으며, 이후 지속적인 조사 끝에 세계 3대 공룡 유적지로 인정받았다.
브라질, 캐나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 화석지는 브론토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알로사우루스 등 다양한 종의 발자국이 동시에 발견돼 학술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절벽과 동굴이 전하는 또 다른 이야기
공원의 진가는 화석 외에도 자연이 만들어낸 입체적 지형에 있다. 수직으로 깎인 ‘층암단애’, 해식작용으로 생성된 동굴과 곡선의 해안 절벽이 이어지며 하나의 거대한 야외 박물관을 형성한다.
특히 ‘상족암’이라는 명칭은 다리처럼 연결된 암굴에서 유래했다. 이 암굴은 선녀들이 옷을 짜고 목욕했다는 전설이 깃든 장소로, 실제로 돌 베틀을 연상케 하는 암반과 선녀탕으로 불리는 웅덩이도 남아 있어 전통 설화와 자연 유산이 교차한다.

입장료 없는 야외 자연 박물관, 학습·휴식·경험 삼박자 갖춘 명소
이 공원의 가장 큰 매력은 ‘연중무휴·무료입장’이라는 점이다. 별도의 입장료 없이 거대한 자연유산과 마주할 수 있으며, 공원 내 주차장도 무료로 개방돼 접근성 역시 뛰어나다.
탐방객은 날씨가 맑은 날 조수 간만의 차에 따라 드러나는 해안 바닥과 암반 지형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자연과 지질, 고생물학적 가치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지형 탐사형 관광지’로 평가받는다.

공룡 화석지를 넘는 ‘학습형 관광지’로의 전환
최근에는 공룡 발자국만을 관람하는 정적인 관광을 넘어, 해안지형을 직접 살피고 동굴과 절벽을 따라 체험하는 ‘지형 탐사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상족암군립공원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지질 교육의 장으로 주목받는다.
여기에 자연 전시관, 체험형 학습 프로그램 등의 확장을 통해 공원은 점차 ‘살아 있는 교과서’로 진화하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뿐 아니라 생태와 지질에 관심 있는 일반 탐방객에게도 매력적인 목적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