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내 자리”… 아파트 주차장에서 고추 다듬는 주민 ‘논란’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수천 명의 관심을 모았다.


보배드림 갈무리
보배드림 갈무리


주차 공간 부족으로 갈등이 잦은 아파트 단지에서, 한 중년 여성이 주차 공간을 차지한 채 돗자리를 펴고 고추를 다듬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25일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고추 다듬는 민폐 주민”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고, 게시자는 해당 여성이 끝내 고추를 다듬은 뒤에야 자리를 비웠다고 주장했다.


사진 속 장면은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여성은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차량 한 대가 들어설 법한 공간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고추를 정성스레 다듬고 있었다.


게시자는 “주차 대기 차량이 길게 줄을 섰는데도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관리소장이 와도 통하지 않더라”고 전하며, 사실상 단지 내 어떤 제재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 더욱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 게시글은 단순한 에피소드 이상의 반향을 일으켰다. 댓글창에는 “공용 주차장인데 저건 너무하네요”, “단독주택에서나 가능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일부는 유사한 사례를 언급하며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특히 한 누리꾼은 “공동현관 앞에서 고추를 널다가 마찰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해결되었다”고 언급하며, 이런 행동이 처음은 아니며 일정한 지역 문화나 세대 차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짚었다.


이 사건은 아파트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공유의식’ 결여를 드러낸다. 한국의 아파트 구조상, 거주민이 사용하는 주차장이나 복도, 현관 앞 공간은 모두 공용 영역에 해당된다. 하지만 일부 주민은 자신의 거주지 근처라는 이유로 사적 공간처럼 인식하고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상, 아파트 공용 공간을 무단 점유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는 제한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를 제재하거나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 관리사무소의 개입이 무력화되는 사례가 반복되면, 공동체 내 자율 규범은 무너지고 결국 분쟁만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물리적 규제 이전에, 공동체 내부의 인식 개선이다. 서로의 생활방식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과정 없이 규칙만 내세우는 것은 오히려 갈등을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