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한여름의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8월, 경기 연천군 장남면에서는 일 년 중 단 열흘간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해바라기밭과 형형색색의 꽃들, 그리고 평화의 상징이 공존하는 그곳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선 메시지를 전한다.
경기 연천군은 오는 8월 11일부터 20일까지 호로고루 유적지 일대에서 ‘제10회 연천장남 통일바라기 축제’를 연다고 9일 공식 발표했다. 해마다 여름철 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온 이 행사는 올해로 10회를 맞으며, ‘통일과 평화’라는 주제를 한층 더 강조한다.
이번 축제의 주 무대는 약 2만 제곱미터 규모의 꽃 정원이다. 해바라기를 비롯해 백일홍, 코스모스가 조화를 이뤄 이색적인 풍광을 연출하며, SNS 인증샷 명소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 행사가 단순한 자연 감상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지닌 접경 지역이라는 지역적 맥락 때문이다.

해바라기는 해를 향해 피어나는 꽃이지만, 연천에서는 그것이 통일을 향한 염원으로 확장된다. 실제로 행사명 ‘통일바라기’는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평화의 가치에 대한 지역 공동체의 의지를 담고 있다.
장남면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이번 축제는 노인회, 이장협의회, 의용소방대 등 지역 단체가 함께 기획에 참여하면서, 행정 주도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역 기반형 축제로 정착되고 있다. 개막식은 11일 오후 4시 본무대에서 전통 풍물놀이로 시작해, 통일바라기합창단의 공연과 초대가수의 무대가 이어질 예정이다.
현장을 찾는 방문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실속 있게 마련됐다. 페이스페인팅, 목공 체험, 떡 절편 만들기, 화분 제작, 바람개비 및 부채 만들기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이 준비되어 있다. 이러한 활동은 자연 감상에서 그치지 않고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으로 여름날의 추억을 만들어준다.

이번 축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장터에서는 지역 농가가 직접 운영하는 직거래 부스가 마련되고, 현지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푸드트럭과 먹거리장터도 함께 운영된다. 단순한 소비를 넘어 지역 주민과의 상호 교류가 가능한 구조다.
연천은 군사적 상징성이 강한 지역이지만, 이번 축제를 통해 자연과 문화, 공동체가 어우러지는 평화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호로고루 유적지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열리는 해바라기 축제는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라,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을 잊지 않되 자연과 공동체가 미래를 준비하는 장이 되고 있다.
8월 중 열흘간만 운영되는 이 축제는 짧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노란 해바라기 물결 속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는 이 축제는, 단지 풍경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가족 여행지로서도,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