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무료로 즐길 수 있다고?”… 판옥선 13척으로 만든 이색 전망대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목포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에서 시선을 돌리면 독특한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고하도 전망대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고하도 전망대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이 건축물의 정체는 전라남도 목포시 고하도에 위치한 ‘고하도 전망대’다. 임진왜란 당시 단 13척의 배로 명량해전의 승리를 이끈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머물며 수군을 재정비한 장소에 세워진 상징적 기념비다.


전망대 외관은 조선 수군의 판옥선 13척을 격자형으로 엮은 듯한 구조다. 멀리서 보면 목조건축의 위용을 떠올리게 하고, 가까이 다가서면 거대한 미술 작품 같은 인상을 준다.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당시 조선 수군이 지녔던 굳건한 의지를 건축으로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이곳은 누구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연중무휴로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무료 개방되며, 목포해상케이블카 고하도 승강장 주차장을 활용하면 접근성도 뛰어나다.


고하도 전망대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고하도 전망대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이순신 장군이 명량 승리 직후 선택한 곳이 바로 고하도였다. 1597년 10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약 100일간 머물며 병력을 재정비하고 군량을 비축했다. 고하도의 지형은 북서풍을 막아주고, 함선을 은폐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이러한 전략적 지형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다. 사방이 탁 트여 있으면서도 적에게 쉽게 노출되지 않는 공간은 단순히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넘어, 전술적 요충지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망대 내부는 1층 휴게 공간을 비롯해 2층부터 5층까지 다양한 전시로 구성돼 있다. 목포와 고하도의 역사, 관광 자원이 층마다 주제를 달리하며 소개되고, 각 층의 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 역시 점차 스펙트럼을 넓힌다.


고하도 전망대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범수
고하도 전망대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범수


낮은 층에서는 숲과 해안선이 눈에 들어오고, 위층으로 오를수록 목포대교와 다도해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유달산에서 내려다보는 목포가 아기자기하다면, 고하도 전망대는 바다와 다리, 섬이 어우러진 웅장한 조망을 선사한다.


전망대 주변에는 ‘용오름길 해안데크’가 조성돼 있다. 약 1km 길이의 이 길은 왕복 30분 정도 소요되며, 발아래로 출렁이는 파도와 맞닿은 듯한 경험을 준다. 해안선의 절경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동시에, 길 끝에 자리한 이순신 장군 동상은 방문에 상징적인 마무리를 더한다.


고하도 전망대는 단순히 풍경을 즐기는 장소가 아니다. 판옥선 13척의 형상은 이순신 장군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끌어낸 순간을 상징한다. 한 방문객이 남긴 “바람을 맞으며 서 있으니 장군과 함께 바다를 지키는 듯하다”는 말은 이곳이 주는 체험적 의미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