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안 먹고 돌아왔다고?” 싱가포르에서 놓치면 후회할 미식 투어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싱가포르를 여행지로 선택하는 이들은 대체로 세 가지를 기대한다.


싱가포르 관광청
싱가포르 관광청


정돈된 도시 환경, 풍부한 문화 유산, 그리고 마지막으로 ‘맛’. 그러나 그중에서도 미식은 여행의 목적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흔한 먹방 여행을 넘어, 싱가포르에서는 한 접시의 음식이 곧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된다.


2025년 기준,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가장 다채로운 식문화를 보유한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국제 공항에서 시내까지 불과 20분 거리, 국적을 불문한 관광객이 찾기 쉬운 접근성은 미식도시로서의 장점을 배가시킨다.


호커 센터, 가성비와 품질 모두 잡은 ‘로컬의 자부심’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미식 명소는 단연 ‘호커 센터’다. 이곳은 단순한 푸드코트가 아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지역 사회와 밀접하게 얽힌 독립적인 음식 생태계다. 대표적인 라우 파삿은 19세기 빅토리아 건축 양식을 유지한 채, 현대 미식의 중심지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는 미슐랭 빕 구르망에 오른 로컬 맛집 6곳이 운영 중이며, 각각이 다른 나라의 향신료와 조리법을 통해 ‘싱가포르다움’을 담아낸다. 치킨 라이스, 칠리크랩, 프라이드 콰이테오 등 단출하지만 개성 강한 음식들이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은 품질로 제공된다.


호커센터 - 싱가포르 관광청
호커센터 – 싱가포르 관광청


캄퐁 글램과 리틀 인디아, 음식 속에 담긴 공동체의 흔적


현지 문화가 가장 잘 녹아든 지역을 찾는다면 캄퐁 글램과 리틀 인디아가 빠질 수 없다. 캄퐁 글램은 무슬림 커뮤니티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술탄 모스크가 상징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명물은 ‘잠잠’에서 맛볼 수 있는 무르타박과 비리아니.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 세기를 이어온 지역의 정체성이 담긴 요리다.


리틀 인디아 역시 향신료의 향과 색감이 뒤섞인 이국적 풍경으로 눈길을 끈다. 특히 테카 마켓에서는 로컬 셰프들이 직접 찾는 식재료를 볼 수 있고, 테타릭 한 잔으로 더위와 피로를 씻는 경험은 그 자체로 인상 깊다.


싱가포르 관광청
싱가포르 관광청


‘사진 맛집’에서 진짜 맛집으로, SNS 속 주 치앗의 반전


최근 주목받는 미식 지역 중 하나는 ‘카통 – 주 치앗’이다. 알록달록한 페라나칸 건축물이 SNS 명소로 알려져 있지만, 진짜 매력은 그 골목 안에 숨어 있다. 328 카통 락사와 롤랜드 레스토랑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난 맛집이다.


또한, 로컬 베이커리와 디저트 가게들도 독창적인 분위기와 정통 레시피로 사랑받는다. 단지 예쁜 카페가 아니라, 실제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나시레막 - 싱가포르 관광청
나시레막 – 싱가포르 관광청


오감 자극하는 미식 경험, 테마형 레스토랑 인기


단순한 ‘맛’ 이상의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싱가포르는 기대 이상을 제공한다. 오션 레스토랑에서는 대형 수족관 옆에서 식사를 하며 해양 생물과 함께하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반면, ‘신세시스’는 고풍스러운 한약방을 연상케 하다가 내부에 들어서면 네온빛 바가 펼쳐지는 구조로, ‘감각의 반전’을 노린다.


이러한 테마형 공간은 단순히 신기함을 넘어, 음식이 감각을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관광청
싱가포르 관광청


루프탑 바에서 완성되는 밤, 칵테일도 도시의 풍경이다


싱가포르의 밤은 단순한 야경이 아니다. 도시 자체가 하나의 무대처럼 조명되고, 그 위에 칵테일 한 잔이 올려질 때 경험은 완성된다. 롱 바에서 시작된 싱가포르 슬링은 단지 전통 음료가 아니라 도시의 아이덴티티와 맞닿아 있다.


루프탑에 위치한 1-아덴 바에서는 정원을 가꾼 공간에서 ‘가든 투 글래스’ 컨셉의 칵테일을 제공하며, 단순한 음주를 자연과 도시의 접점에서 즐기는 문화로 승화시켰다.


싱가포르 관광청
싱가포르 관광청


고급 레스토랑도 지역성과 정체성을 잊지 않는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젠은 스웨덴, 일본, 프랑스의 조리기법을 하나로 녹였지만, 그 중심에는 싱가포르의 기후와 지역성을 반영한 재료들이 있다. 보타닉 가든 안에 자리 잡은 판지움은 전통 해협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계 미식 트렌드와 지역 유산의 균형을 잡는다.


이처럼 싱가포르의 고급 다이닝은 단지 값비싼 식사가 아니라, ‘정체성을 맛보는 행위’에 가깝다.


결국, 싱가포르의 미식은 ‘여행 중 먹는 것’이 아니라 ‘먹으러 떠나는 여행’으로 바뀌고 있다. 다양한 민족이 섞인 도시의 구조 자체가 미식의 다채로움을 가능하게 했고, 그것이 현지인의 일상뿐 아니라 방문자의 기억에도 깊게 각인된다.


그저 유명 맛집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과 지역, 조리법, 향신료의 뿌리까지 들여다보는 여행. 싱가포르 미식 투어가 특별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