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경기도 남부의 조용한 도시, 안성. 서울과의 거리도 가깝지만 이상하게도 이 도시는 여전히 고즈넉한 기운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전국 미식가들이 은밀히 찾아오는 강렬한 이유가 숨겨져 있다. 이름하여 ‘안성한우’, 그리고 소박하지만 진한 국물의 향연이다.
숨은 한우 성지, 안성의 진짜 매력
한우 하면 대부분 강원도나 영남 지방을 떠올리지만, 사실 ‘안성한우’는 축산업계에서 품질로 인정받은 고기다. 안성의 완만한 구릉지와 풍부한 곡창지대는 소에게 최고의 사육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등심과 갈비 부위는 마블링이 고르고 육즙이 살아있어 구워도, 끓여도 풍미가 압도적이다.
지역 곳곳의 전통 한우 식당에서는 “정중한 한 끼”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상차림부터 고기 품질까지 정갈하다. 육즙을 제대로 느끼려면 불판보다는 국물 요리를 추천하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안성에는 한우로 끓여낸 곰탕, 갈비탕, 우탕 같은 메뉴가 식도락가들의 입소문을 타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국물의 도시, 진한 정성과 시간의 맛
안성의 국물 요리는 단순한 보양식을 넘어서 ‘기술의 총합’에 가깝다. 오래 고아낸 진국에 부드러운 고기를 얹어내는 국밥, 기름기는 줄이고 깊이를 더한 곰탕, 그리고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얼큰한 민물 매운탕까지. 단일한 방식이 아닌, 수십 년 동안 지역 식당마다 갈고닦은 저마다의 노하우가 응축돼 있다.
특히 안성의 매운탕은 민물고기의 비린 맛을 깔끔히 잡아내면서도 채소와 된장의 풍미를 더해 해장용으로도 손색없다. 그 옆엔 언제나 밥 한 공기와 아삭한 겉절이, 그리고 시원한 물김치가 놓인다.

쌀밥과 묵밥, 건강한 한 상의 힘
‘안성쌀밥정식’도 이 지역의 별미다. 안성에서 나는 쌀은 윤기가 흐르고 찰기가 적당해 밥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 밥을 중심으로 수십 가지 반찬이 정갈하게 나오는 쌀밥 정식은 가족 단위 식사객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특산으로 자리 잡은 ‘건강묵밥’은 여름철 보양식으로도 손색없다. 도토리묵과 메밀묵에 차가운 육수를 부어 밥과 함께 먹는 묵밥은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이 높아 다이어트 식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육수의 감칠맛과 묵의 부드러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