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깊어갈수록 마음은 더 고요해지고, 감각은 오히려 예민해진다. 경주의 숲길을 걷다 보면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조차 선율처럼 들린다. 바람결에 실린 낙엽의 향기는 오래된 기억을 불러오고, 황금빛으로 물든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따뜻한 위로가 된다.
그 길 위에서 만난 곳, 경북천년숲정원은 그런 가을의 정수를 온전히 품고 있다. 경주 동남산 기슭, 통일로를 따라 펼쳐진 이 정원은 경상북도 제1호 지방 정원으로, 이름 그대로 천 년의 시간과 숲의 숨결을 담아낸 공간이다.
실개천 옆으로 늘어선 메타세쿼이아 숲길과 ‘거울 숲’이라 불리는 포토존은 이곳을 찾는 이들이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이유다.

경북천년숲정원
경북천년숲정원은 경주의 가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정원이다. 동남산 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의 동쪽 영역을 재단장해 탄생했다. 산림 환경 조사와 임산물 연구, 산림 경영을 수행하는 기관의 일부 공간을 지역민과 여행자에게 제공하며, 경상북도 제1호 지방정원으로 지정된 의미 깊은 장소라고 할 수 있다.
통일로를 기준으로 서쪽은 연구원 본원이, 동쪽은 정원과 숲길이 이어진다. 숲 사이로 작은 개울이 흐르고, 그 주변으로 다양한 테마정원이 펼쳐진다. 이름만으로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서라벌정원, 분재원, 버들못정원, 칠엽수길, 산목련길 등이 고즈넉한 가을 풍경을 더한다.

무엇보다 이곳의 백미는 단연 ‘거울 숲’이라 불리는 길이다. 실개천을 따라 줄지어 선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고, 그 사이로 통나무 다리 하나가 놓여 있다. 물 위에 비친 나무의 그림자는 마치 또 하나의 세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국적인 풍경 속을 걷다 보면, 왜 이곳이 경주의 ‘인생 사진 명소’로 불리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그림처럼 고요한 이 정원에서는 걷는 속도를 일부러 늦추게 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하나, 빛의 방향 하나에도 마음이 머문다.
단풍이 짙어질수록 이 길은 더욱 깊고 고요해진다. 경북천년숲정원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도 마음을 위로하는 가을의 숲이다. 올가을, 경주의 새로운 명소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경북천년숲정원
위치: 경주시 통일로 366-4
관람 시간: 10:00–17:00
주차: 전용 주차장 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