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가을이 깊어질수록 전국의 산과 사찰은 붉은빛으로 물든다. 만약 부모님과 함께 여유로운 단풍 여행을 꿈꾼다면, 경북 청도에 자리한 ‘운문사’를 주목할 만하다.

운문사는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라, 천년의 시간이 고요히 쌓인 사찰이다. 이곳에서는 단풍이 화려하게 타오르기보다 숲 속의 깊은 숨결과 어우러져 은은하게 번진다. 인위적 장식 대신, 자연 그대로의 조화로움이 방문객을 맞는다.
청도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 시기 창건된 고찰로, 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의 말사로 알려져 있다. 사찰이 자리한 호거산의 산세는 완만하면서도 품이 깊어, 단풍이 산 아래까지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붉음과 노랑이 뒤섞인 낙엽수림 사이로 수백 년 된 소나무 숲이 함께 어우러져, 다른 명소에서는 보기 힘든 절제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관광객의 소음 대신 낙엽이 밟히는 소리와 풍경이 어우러져 마음을 가라앉힌다.

운문사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사찰 앞마당에 서 있는 천연기념물 ‘처진소나무’다. 약 500년을 버텨온 이 소나무는 가지가 사방으로 길게 늘어져 마치 거대한 초록의 우산처럼 절집을 덮고 있다.
보통 하늘로 곧게 뻗는 소나무와 달리, 땅을 향해 부드럽게 휘어진 모습이 이색적이다. 가을 햇살 아래,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붉은 단풍잎 사이에서 푸른 가지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한 폭의 동양화를 완성한다.
최근 운문사는 국가유산 관람료 지원 사업에 따라 관람료가 전면 무료화되었다. 사찰 입장 시 별도의 요금이 없어, 부모님과 함께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은 장소로 꼽힌다. 다만 주차 시 소정의 요금(승용차 기준 약 2,000원 정도)은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

입장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이른 아침의 청명한 공기 속에서 단풍을 즐기거나, 늦은 오후 햇살이 산을 물들이는 순간을 감상하기 좋다.
운문사의 단풍은 다른 명소보다 약간 늦게 절정을 맞는다. 이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햇빛을 부드럽게 걸러내며, 기온 변화가 완만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10월 말에서 11월 초까지 비교적 오랜 기간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