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서귀포 대정읍 운진항에서 배로 15분, 바다 위에 낮게 누운 가파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발 20m 남짓한 이 섬은 제주에서도 드물게 평탄한 지형을 가진 덕분에 ‘바다 위의 평원’이라 불린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섬의 색
4월에서 5월 사이, 섬은 청보리로 뒤덮인다. 바람이 스치면 초록 물결이 파도처럼 번지고, 하늘빛과 맞물려 장대한 풍경을 만든다. 여름이 오면 황하코스모스가 대지를 덮으며 오렌지빛의 섬으로 변신한다. 두 계절 모두 사진가와 여행객이 몰려든다.

한 시간 반이면 도는 섬
가파도는 도보로 1~2시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지만, 많은 여행객이 자전거를 빌려 섬을 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면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밭담과 포구, 소박한 마을이 연이어 나타난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식탁
이곳은 청보리 외에도 해삼, 뿔소라 등 해산물이 풍부하다. 특히 청보리로 빚은 막걸리는 섬만의 별미로, 해산물 요리와 함께 곁들이면 여행의 피로가 사라진다. 작은 식당에서도 손쉽게 신선한 회와 조개탕을 맛볼 수 있다.

발길이 멈추는 포토스팟
코스모스밭 사이로 난 좁은 길은 가파도의 대표 촬영지다. 아이와 함께 거닐면 꽃보다 밝은 웃음이, 연인과 함께라면 풍경보다 진한 기억이 남는다. 해안가에는 낚싯대를 드리운 주민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조용한 올레길의 종착지
가파도는 제주올레 10-1코스의 종착지이기도 하다. 바다 건너 형제섬과 마라도가 보이는 이 길은, 걷는 내내 수평선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도시와 거리를 둔 여행자가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다.
봄이면 초록, 여름이면 주황빛으로 물드는 가파도는, 그 계절의 색을 온전히 품은 채 조용히 시간을 흘려보낸다. 이 섬을 걷는 일은, 바다 한가운데서 계절을 직접 맞이하는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