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국내 해양 관광의 구도가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한때 ‘바다 여행’ 하면 떠오르던 제주와 부산이 익숙한 이름이었다면, 이제는 강원도 삼척이 예상 밖의 강력한 신흥 강자로 떠오르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소비자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8일 발표한 ‘2025 여행지 평가 및 추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척시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 ‘바다·해변’ 분야에서 추천율 83.2%로 1위를 차지했다. 2019년 당시 24위였던 점을 고려하면 23계단이나 급등한 셈이다.
삼척의 비결은 ‘단순 휴양’을 넘은 다양성
삼척이 상위권에 오른 이유는 단지 바다의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동굴 탐험지, 해안 산책로, 차량 캠핑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복합형 콘텐츠가 ‘머물다 가는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더했다. 대표적인 삼척해변과 맹방해수욕장은 피서객뿐 아니라 가족 단위 방문객, 차박·서핑족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강원도 전체로 보면 삼척 외에도 양양, 동해, 강릉, 속초 등 동해안 도시들이 20위권 내에 대거 포진했다. 반면, 과거 강세를 보이던 남해안과 서해안은 추천 비율이 상대적으로 하락하며 주도권 변화가 감지된다.

제주는 여전히 광역지자체 부문 절대 강자
광역 단위 평가에서는 제주도가 여전히 독보적인 존재감을 유지 중이다. ‘바다·해변’, ‘물놀이·해양스포츠’, ‘낚시’ 세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바다 추천율은 72%로, 2위 부산(47.7%)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는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해양레저와 이국적인 자연환경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부산은 해운대와 광안리, 송정 해수욕장의 인지도를 앞세워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상승 모멘텀이 약화된 모습이다. 특히 낚시 분야에선 11위로 밀려나며 부문별 편차가 뚜렷했다.

‘이벤트+레저’ 도시로 부상하는 수영구와 양양
물놀이·해양스포츠 항목에서는 부산 수영구가 37.1%로 가장 높은 추천을 받았다. 광안리 해변에서의 요트투어, 야간 조명 쇼, 해양 이벤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뒤이어 삼척시(34.2%)와 양양군(34.1%)도 강세를 보였다. 양양은 특히 서핑 성지로 자리매김하며 젊은 층의 발길을 끌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 휴양형 여행에서 액티비티 중심의 체험형 콘텐츠로 수요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핑, 카약, 요트, 해안 캠핑 등 적극적인 체험 요소가 포함된 지역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트렌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낚시 명소는 서해·남해권이 여전히 강세
한편, 낚시 테마에서는 전통적인 명소들이 여전히 건재했다. 인천 옹진군이 33.8%로 1위를 차지했으며, 신안, 진도, 완도, 고흥 등이 뒤를 이었다. 선재도와 영흥도 등지의 낚시 인프라는 꾸준히 낚시객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흥미로운 변화는 충남 태안과 경북 영덕이다. 이 두 지역은 세 가지 분야 모두에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낚시, 해수욕, 해양레저를 고루 즐길 수 있는 다목적형 해양 여행지로의 성장이 주목된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순위표를 넘어 해양 관광의 패러다임이 ‘정적 휴양’에서 ‘동적 체험’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엔 맑은 바다와 깨끗한 모래사장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캠핑, 서핑, 해안도로 드라이브 등 체험 요소가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 됐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기초지자체 순위 급상승 지역은 대부분 복합형 해양 콘텐츠를 갖추고 있는 곳들”이라며,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콘텐츠 개발력과 지역 브랜드 전략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