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안 부럽다… 호수 위 2.4km ‘올레길’ 산책 명소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경북 구미 금오산 자락에 조성된 ‘금오산 올레길’. 무려 9년 동안 다듬어진 2.4km의 길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계절마다 다른 표정과 이야기를 품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금오산 올레길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금오산 올레길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금오산 올레길은 2007년 첫 삽을 뜬 이후 2016년에야 완성됐다. 길은 구미시 금오산로 164 주차장에서 출발해 순환형으로 이어지며, 약 한 시간이면 누구나 무리 없이 한 바퀴를 걸을 수 있다.


다른 산책로와의 차별점은 ‘단조로움의 배제’다. 제방길에서 시작해 물 위에 설치된 부잔교를 건너며 호수를 가까이 느끼고, 이어지는 아치교와 숲속 데크길이 다양한 걷기 경험을 선사한다. 발끝에 닿는 흙길의 촉감은 자연과의 교감을 더욱 진하게 만든다.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며 분홍빛 터널을 만들고, 여름엔 울창한 녹음이 햇살을 가려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가을의 단풍은 호수 위에 수채화처럼 번져나가며, 겨울에는 설경이 고요한 동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언제 걸어도 색다른 감흥이 깃든다.


금오산 올레길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금오산 올레길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길의 절반쯤 오르면 팔각정 ‘금오정’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금오산과 금오지의 파노라마는 걷는 여정을 잠시 멈추게 한다.


또한 수변생태학습원에서는 수련, 물양귀비 등 다양한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어 단순한 산책을 넘어 배움의 재미까지 더한다. 곳곳의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거나, 오리배를 타고 물 위의 한가로움을 즐기는 방문객도 많다.


금오산 올레길은 단지 아름다운 풍경만으로 완성된 공간이 아니다. 시작점에는 화장실과 매점이 갖춰져 있고, 해가 진 뒤에도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조명이 설치돼 있다.


덕분에 이곳은 연령과 체력에 상관없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걷기 명소로 자리 잡았다. 무리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고, 빠르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길. 금오산 올레길이 주는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