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0 11:24:23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복권이 가시화하자 범여권의 셈법도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을 무대로 조국혁신당과 경쟁하게 될 상황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벌써부터 감지된다.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유력 정치인의 복귀인만큼 조 전 대표의 귀환이 정치 지형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무부는 조 전 대표를 포함한 정치인에 대해선 사면과 복권을 함께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은 남은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것이고 복권은 형의 선고로 정지·상실된 자격을 회복시켜주는 조치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법무부 건의를 수용하면 조 전 대표는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차기 대선에 출마할 자격을 얻게 되는 셈이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징역 2년형을 확정받은 뒤 8개월째 복역 중이다. 사면·복권이 이뤄질 경우 한동간 로우키(low-key, 절제된 방식) 행보를 보이다가 다음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 대표직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다음 전당대회까지 1년 정도 남아 있는데 그 전에 임시로 전당대회를 열지는 당원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범여권에서는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만 단행돼도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정치적 텃밭인 호남에서의 경쟁이 뜨거워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조국혁신당은 지난해 22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 때 호남에서 46.9%를 득표해 민주당을 앞섰다. 지난 4월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서도 장춸원 조국혁신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바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현재 민주당에 조 전 대표만큼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 없지 않나”라며 “조 전 대표가 직접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면 조국혁신당의 영향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은 “조국혁신당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격전지 지역에까지 출마할 경우 지역 일부를 내주거나 단일화를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복권까지 이뤄질 경우 조 전 대표가 어떠한 정치 행보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조국혁신당 안팎에서는 조 전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권 가도의 상징성을 가진 서울시장이나 고향인 부산시장에 출마해 체급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범여권 내에서 나온다.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만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 중앙정치에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국혁신당의 한 의원은 “(조 전 대표가) 복당은 곧바로 하겠지만 한동안은 휴식을 취하지 않겠나”라며 “당원들과 두루 만나며 본인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연구소장은 지난 8일 YTN라디오에서 “합당을 하면 지방선거에서의 불필요한 논란을 없앨 수 있으니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과 조혁신당 모두 합당 가능성을 일축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