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가을빛이 완연한 10월,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가 다시 한 번 하얀 메밀꽃으로 물든다.

이번 축제는 10월 3일부터 11월 2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주관은 와흘메밀마을협의회, 주최는 와흘메밀 농촌체험휴양마을이 맡았다.
와흘메밀문화제는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마을 주도형 축제다. ‘천상에서 메밀꽃을 가지고 온 농경의 신’ 자청비를 모티프로 삼아, 메밀과 함께 살아온 마을의 시간을 담아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메밀밭을 걸으며 힐링하는 것이 축제의 핵심이다.
소음과 상업화로 가득한 다른 축제와 달리, 와흘리에서는 오로지 바람과 꽃 향기, 그리고 흙 냄새만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메밀밭 사이를 걷다 보면, 흰 꽃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계절의 변화를 고요히 말해준다.

축제의 또 다른 매력은 마을 부녀회가 직접 운영하는 ‘먹거리 장터’다. 전통 메밀음식과 제주산 특산품이 한자리에 모여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메밀전병, 메밀국수, 메밀누룽지, 메밀차 등 지역 농산물로 만든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으며, 판매 수익은 전액 마을 공익사업에 사용된다.
먹거리 장터는 10월 7일부터 운영되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다.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인 가을 관광 시즌에 맞춰 문을 여는 셈이다.
이번 축제에서는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어린이용 메밀풀장, 메밀 베개 만들기 체험 등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다. 직접 손으로 만지고, 냄새 맡고, 느끼며 배우는 체험은 도시 아이들에게 색다른 농촌의 기억을 남긴다.

이와 함께 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주말 공연과 음악회도 진행되지만, 축제의 본질은 여전히 ‘소박함’에 있다. 요란한 조명 대신 석양이 무대가 되고, 메밀밭이 관객석이 된다.
와흘메밀문화제는 전문 웨딩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관광객의 불편을 줄이고,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대신 누구나 자유롭게 산책하며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된다. “사진보다 기억으로 남기는 여행”이라는 축제의 철학이 여기에 담겨 있다.
이 조용한 선택은 오히려 방문객들에게 더 깊은 울림을 준다. 화려한 이벤트 대신, 자연의 리듬에 맞춰 걷는 시간을 선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