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제주 남원읍 한남리에 자리한 ‘머체왓숲길’은 익숙한 올레길이나 성산일출봉과는 결이 다른 조용한 자연의 안식처다.

관광지라기보다 차라리 깊은 자연에 발을 들이는 경험에 가깝다. 흔한 ‘숲속 산책로’라는 단어로는 정의하기 어려운 고유의 깊이를 품고 있다.
이 숲길은 2021년 제주 웰니스 관광지(자연·숲 치유)로 선정되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머체’는 잡목과 돌이 엉겨 있는 황무지를, ‘왓’은 밭을 뜻하는 제주어로, 머체왓은 거칠고 척박했던 자연을 품은 이름이다.

하지만 지금의 머체왓은 정반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서중천 계곡과 원시림이 어우러져 오히려 무릉도원 같은 평화로움을 자아낸다.
머체왓숲길은 현재 세 가지 트레킹 코스를 운영 중이다. 가장 대중적인 코스는 약 6.7km 길이의 머체왓 본 코스와 소롱콧길이다. 이들은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어우러진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걸으며 피톤치드를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는 구간이다. 짧은 거리지만 심신을 다독이기에 충분하다.

반면 서중천모험 트레킹은 4~5시간가량 소요되는 장거리 코스로, 보다 깊은 숲 체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된다. 이 코스는 단순한 걷기를 넘어 자연 탐험의 성격이 강하다. 날씨나 동반자 여부에 따라 유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머체왓숲길이 단순한 산책로와 구분되는 이유는 ‘숲 해설’ 프로그램의 존재다. 전문 해설사와 함께하는 소롱콧길 체험은 걷는 데서 멈추지 않고, 나무의 종류와 생태계의 작동 방식을 배우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정해진 루트를 따라 이동하면서도 자연의 언어를 해설로 번역받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트레킹 프로그램 외에도 찜질, 족욕, 약차 시음 등 다양한 힐링 체험이 준비돼 있다. 특히 편백 족욕은 실내외 공간에서 모두 가능하며, 약재로 끓인 따뜻한 족욕물은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낸다. 족욕과 함께 제공되는 머체왓 약차, 귤효소차 등은 단순 음료를 넘어 건강식으로 다가온다.
머체왓숲길은 최근 숲 체험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단순히 걷고 치유하는 차원을 넘어 ‘숲 속 피크닉’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도입한 것이다.
사전 예약 시 라탄 바구니와 방석, 약차계란샌드위치와 디저트를 포함한 피크닉 세트가 제공된다. 인위적인 조형물 없이 목장 초원 한복판에 돗자리를 펴고 앉는 이 경험은, 제주 어느 해안가에서조차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여운을 남긴다.

여기에 족욕 체험까지 연계되며 머체왓의 하루는 풍성하게 완성된다. 단, 모든 체험 프로그램은 인원 제한이 있으며, 일부는 기상에 따라 취소될 수 있으므로 사전 확인은 필수다.
특히 중장년층이나 심리적 회복이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트레킹과 족욕, 약차 체험까지 이어지는 구성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정화’라는 테마로 연결되며,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