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지도에서 위치를 찍고도 한참을 더 들어가야 닿는다. 인제 방태산자연휴양림은 그렇게 ‘발견되는’ 장소다.

하지만 그 고요함을 뚫고 도착하는 순간, 도심에서 잊고 있던 감각이 하나둘 되살아난다. 이곳은 단순히 숲이 아닌, 자연이 지닌 근원적 에너지를 고스란히 품은 장소다.
방태산은 해발 1,443m로, 높이도 높이지만 산세 자체가 날카롭고 입체적이다. 깊고 좁은 골짜기가 이어지며, 휴양림은 바로 그 지형 속에 숨어 있다.
덕분에 외부 소음은 철저히 차단된다. 바람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 외엔 들리는 것이 없다. 이 ‘자연의 독점적 음향’은 도시인들에게 더없이 낯선, 그러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방태산자연휴양림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인근이 천연 보호림으로 지정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쉽게 말해 인간이 손댈 수 없는 숲이라는 의미다.

그 결과, 이곳엔 인공 조명도, 가공된 산책로도 최소화돼 있다. 일부 구간은 흙길 그대로 남아 있으며, 계곡 주변의 바위나 나무도 자연 그대로다. 휴양림은 자연의 테두리 안에서 최소한만 설치된 ‘존재를 허락받은 시설’일 뿐이다.
방태산 내부엔 유명한 절경이 있다. 이단폭포는 이름처럼 두 단계로 떨어지는 폭포로, 가을철 단풍과 어우러질 때 그 장면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또 하나의 명소인 마당바위는 이름과 달리 웅장함이 가득한 곳이다. 너비 50m가 넘는 평탄한 바위 지형이 숲속 한가운데 펼쳐지며, 낮에는 햇빛이 내려앉고 밤에는 별빛이 깔린다.
휴양림에서 출발하는 산길은 경사와 길이 면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단순한 등산 이상의 체력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있다. 물리적 고립이 깊어질수록 내면의 소음이 줄어든다. ‘혼자 걷기’가 어색하지 않은 유일한 공간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방태산자연휴양림은 다른 자연휴양림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구조다. 숙소도 많지 않고, 캠핑장 규모도 작다.
그러나 그 덕분에 이용객 수가 제한되며, ‘조용한 쉼’을 보장받을 수 있다. 예약이 어려운 만큼 경쟁률은 높지만, 오히려 희소성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방태산자연휴양림은 인위적인 힐링 콘텐츠 없이도 스스로 회복을 유도하는 힘을 지녔다. 숲의 밀도, 계곡의 물소리, 바람의 방향 하나하나가 신경을 어루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