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휴양림은 많지만, 진입부터 차를 내려야 하는 곳은 드물다. 울산 울주의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은 ‘느림’이 설계에 녹아 있는 공간이다.

도보만이 허락된 상단휴양림을 지나 억새군락지와 파래소폭포에 이르기까지, 이곳에서의 이동은 언제나 천천히 이루어진다. 단순한 힐링 이상의, 시간에 대한 감각을 되돌리는 여정이 시작된다.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은 상단과 하단으로 공간이 나뉜다. 하단은 일반적인 차량 접근이 가능하지만, 진정한 매력은 차량 진입이 제한된 상단에서 드러난다.
상단휴양림까지 오르는 길은 완만한 경사지만 걷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점차 도시의 감각이 벗겨지고, 인간의 속도는 자연의 리듬에 맞춰 조정된다.
차량이 오갈 수 없다는 점은 단점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은 ‘머물 준비가 된 사람들’이 된다.

휴양림이라는 공간이 소비의 대상이 아닌, ‘참여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이동 자체가 명상이 되는 구조는 국내에서도 보기 드물다.
신불산은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산군의 일부다. 인근 간월산, 가지산과 연결된 트레킹 루트의 중간 지점이기도 하다.
휴양림은 단순한 숙박지가 아닌, 고지대 트레커들에게는 체력 회복의 요충지로 기능한다. 실내보다는 야외 쉼터 중심의 구조는 잠시 눕거나 앉는 ‘쉬는 능력’을 회복시키기에 적절하다.
가을이면 신불산은 억새로 뒤덮인다. 산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억새밭은 바람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오전과 해질 무렵의 빛이 억새를 통과할 때, 금빛으로 물드는 산등성이 풍경은 어디에도 없는 압도감을 선사한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방문의 이유가 충분하다.
휴양림에서 도보로 연결되는 파래소폭포는 해발 800m 지점에서 낙하하는 물줄기를 자랑한다. 소리부터 다르다.
수압이 아닌 낙차 자체의 크기 때문에 생기는 포효음은, 폭포라기보다 천둥에 가깝다. 여름엔 자연 냉방 효과, 겨울엔 얼어붙은 장면 그 자체가 절경이 된다.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은 조용하다. 그 조용함은 소음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불필요한 말이 사라진다는 뜻에 가깝다.

이곳은 사람을 적게 만나고, 자연은 자주 마주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넘어서, 감각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드문 장소다.
단순한 피로회복을 원한다면 이곳은 약간 불편할 수 있다. 숙소까지 짐을 옮기는 일부터가 번거롭고, 편의 시설도 많지 않다.
그러나 마음의 속도를 되돌리고 싶은 사람에게, 신불산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도심에서의 시간을 빠르게 소비했다면, 이곳에선 그 소비된 시간을 천천히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