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가을이 시작되기 직전, 강원 철원 고석정 인근이 또 한 번 거대한 꽃길로 변신한다.

오는 8월 27일부터 본격 시작되며, 시기에 맞춰 조성된 초가을 꽃들이 16헥타르 규모의 부지를 가득 채운다. 꽃 관람에만 그치지 않고 체험형 콘텐츠와 야간 개장도 포함되어 있어 단순한 계절 풍경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철원군은 이번 가을 시즌을 겨냥해 총 10종의 초화류를 넓은 부지에 균형 있게 배치했다. 천일홍, 백일홍, 코키아, 코스모스, 핑크뮬리 등 색감과 생육 특성이 뚜렷한 꽃들로 구성되어 있어 시기별로 풍경이 점진적으로 변해간다.
특히 16헥타르라는 대규모 공간은 축구장 22개를 나란히 펼쳐놓은 수준으로, 육안으로도 압도적인 경관을 자랑한다. 이는 단순한 ‘예쁜 꽃밭’의 수준을 넘어, 계절성과 풍경 전환을 의도적으로 설계한 일종의 경관 자원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올해 고석정 꽃밭의 가장 큰 변화는 조형적 재미를 강화한 구성이다. 지역 캐릭터 ‘철궁이’와 ‘철루미’를 활용한 토피어리는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곳곳에 조성된 포토존은 연인과 가족 단위 방문객이 SNS에 인증샷을 남기기에 최적화됐다.
현장에는 간단한 먹거리 부스와 어린이를 위한 깡통열차 등,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시설도 함께 마련됐다. 이는 단기 체류형 관광이 아닌 반나절 이상 머무는 장기 체험형 관광 모델로의 확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변화는 야간 프로그램의 강화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추석 연휴 기간 동안에는 해가 진 이후에도 꽃밭 관람이 가능하다. 조명 터널, 덩굴식물 불빛 장식, 철원 캐릭터 조형물 등이 배치되며, 어두운 풍경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도 접목된다.

야간 개장은 단순히 개장 시간을 연장하는 수준이 아니라, 낮과는 전혀 다른 감각의 공간 연출을 통해 재방문을 유도하는 콘텐츠로 작용한다. 철원의 밤을 색다르게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강력한 유인이 될 수 있다.
고석정 꽃밭은 지난 2021년 처음 조성된 이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상시 운영형 관광 자원으로 꾸준히 발전해왔다. 누적 관람객 수는 이미 200만 명을 넘어섰고, 관광객 유입에 따른 지역 상권 효과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
철원군은 계절마다 풍경을 재구성하며 재방문 유인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이번 가을 역시 같은 흐름에서 이뤄지고 있다. 단순히 꽃을 ‘심는 것’이 아닌, 계절을 ‘설계하는 것’에 가까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