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지속가능항공유(SAF) 의무화 앞둔 항공업계, 탄소 줄이려다 비용 폭탄?


대한항공이 최근 인천-고베, 김포-오사카 노선에서 국산 지속가능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를 1% 혼입해 1년4개월간 운항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한국발 상용운항 노선인 인천-도쿄(하네다)에 적용한 이후 약 1년 만의 확대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2027년부터 모든 항공사들은 국내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편에 지속가능항공유를 1% 혼입해야 할 의무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항공유 도입의 중요성과 현황, 현실적 문제들을 짚어봤다.


 


국토교통부가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으로 항공사들의 SAF 혼합 의무 비율을 2027년 1%, 2030년 3~5%, 2035년 7~10%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 Unsplash 
국토교통부가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으로 항공사들의 SAF 혼합 의무 비율을 2027년 1%, 2030년 3~5%, 2035년 7~10%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 Unsplash 


지속가능항공유 도입…갑자기?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적 항공사의 국제선 온실가스 배출량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300만톤에서 2023년 2,000만톤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후로도 항공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이보다 더 많은 양으로 증가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9월19일 국토교통부는 올해 2월 제정된 「국제항공 탄소 배출량 관리에 관한 법률」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항공유 혼합 의무화제도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로드맵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항공사들의 SAF 혼합 의무 비율을 2027년 1%, 2030년 3~5%, 2035년 7~10%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항공사들의 SAF 도입은 국가 정책적 로드맵에 맞춰 점진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항공사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의무 혼합 비율과 상용화 속도가 특별히 앞선 상황은 아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2050년까지 항공산업의 탄소중립(Net Zero) 달성을 선언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SAF 2% 혼합 의무화를 시작으로 2030년 6%, 2050년 70% 이상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SAF 생산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일찌감치 SAF를 혼입하기 시작한 글로벌 항공사로는 루프트한자독일항공, 에어프랑스KLM, 싱가포르항공 등이 대표적이며 2025년 현재 SAF를 일부 노선에서 혼입 사용한 국내 항공사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으로 미미한 편이다.


 


지속가능항공유, 얼마나 중요할까


항공사들의 SAF 도입은 탄소 중립 시대로 향하는 전 세계 노력의 일환이다. 항공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2~3%를 차지한다. 겉보기엔 크지 않은 수준이지만, 항공기는 단일 운송수단 중 단위 거리당 배출량이 높고, 고고도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등 기타 배출물 등을 고려하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SAF는 폐식용유, 바이오매스, 생활폐기물 등 재생 가능한 자원에서 생산돼, 생산부터 연소까지 전 과정을 고려했을 때 기존 항공유 대비 최대 80%의 탄소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 IATA에 따르면 SAF 도입이 항공산업 탄소중립(Net Zero) 달성에 기여하는 비중은 65%로 더 효율적인 항공기 설계나 엔진 기술 등 새로운 기술(19%)이나 공항 및 항공 노선 효율성 개선 등 운영(19%)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SAF는 탄소 배출 감축의 핵심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공급을 늘려야 도입에도 속도


IATA에 따르면 2030년 기준 세계 지역별 SAF 생산량은 미국 2,700만톤, 유럽 1,300만톤, 아시아태평양 800만톤, 북아시아 300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기존 화석 연료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SAF를 생산하기 위한 원료가 한정적인 데다 생산 공정이 화석 연료를 정제하는 데 비해 복잡하고 시설도 적어 생산량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데에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워낙 장기적인 계획인 데다 아직 수요가 적어 투자 유치가 어렵고 결국 공급 부족으로 고가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


결국 이는 항공권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에어프랑스KLM의 경우 2022년부터 항공권 운임에 SAF 비용 일부를 반영하기 시작했고, 승객들은 항공권 등급과 거리 등에 따라 1~12유로를 더 지불하고 있다. 루프트한자그룹의 경우 2025년부터 유럽 출발 항공편에 SAF 비용 일부를 반영하기로 했다. 2027년까지 SAF 생산량에 큰 변화가 없다면 우리나라 항공사들 역시 항공권 운임에 SAF 비용 일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전망이 많다. IATA 관계자는 “SAF는 생산량이 늘수록 가격도 낮아질 것”이라며 “항공사뿐만 아니라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 여행사 그리고 SAF 생산 확대를 위한 정책 지원 등 각각의 영역에서 조금씩 노력해야 탄소 중립 제로에 다다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SAF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당근 있어요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속가능항공유 혼합 의무화제도 로드맵’ 실현을 위해 SAF 혼합 의무 비율을 초과해 급유, 운항하는 국적 항공사에 대해서는 국제선 운수권 배분시 가점을 1점에서 3.5점으로 적용하고,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을 보조금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승객이 운임 외에 자발적으로 SAF 기여금을 낼 경우, 항공사는 라운지 이용과 비상구, 통로 등 선호 좌석 배정과 같은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련 기념품을 나누어 주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