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한전자여행허가제(K-ETA)가 여전히 태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방한 외래관광객 수는 882만명으로 2019년 동기대비 104.6% 수준에 달했다. 중국(90.2%), 일본(97.9%), 필리핀(120.4%), 베트남(97.7%), 인도네시아(133.3%) 등 아시아 국가들도 대부분 2019년 수준에 근접했거나 뛰어넘었다. 장거리 시장인 미국(143.7%)과 캐나다(131.9%), 영국(121.1%), 프랑스(163.7%), 호주(160.9%) 등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9월말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시행 등과 맞물려 올해 전체적으로 방한 외래객 수가 최초로 2,000만명을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반면 태국 시장은 유독 회복 속도가 더디다. 7월 기준 한국-태국 항공 노선은 주189편으로 2019년 대비 99%까지 회복했지만, 방한 태국인 관광객 수는 2019년 상반기의 절반 수준(54.6%)에 머물렀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2018년 상반기에는 약 30만명에 달했지만, 코로나 여파에서 벗어난 2023년 이후 침체 국면에서 헤오나오지 못한 채 올해는 16만335명에 그쳤다.
K-ETA 탓이라는 시선이 많다. 관련 업계는 K-ETA로 인한 입국 거절이 방한여행의 호감도를 떨어뜨린 결과로 봤다. K-ETA는 불법체류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1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무사증입국 대상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국 입국 전에 전자여행허가를 받도록 한 게 골자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불법체류자는 39만7,522명으로 이 중 15만733명이 사증면제(B1) 자격 입국자에서 발생했다. 2023년의 경우 태국인 불법체류자는 15만2,265명으로 전체 불법체류자 중 35.9%를 차지했다. 법무부는 8월13일 “국가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라며 “태국인이 K-ETA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관심을 기울이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K-ETA 제도는 관광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2024년 K-ETA 개선 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4월 이후 K-ETA 적용 대상국의 방한여행객이 20% 이상 줄어 연간 관광수입액이 1,900억원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태국 인바운드 전문 여행사들이 “K-ETA가 태국 인바운드 시장 성장의 걸림돌이 됐다”고 토로하는 배경이다.
불법 체류자와 순수 관광객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K-ETA의 대표적인 한계점으로 지적 받는다. 심사 과정에서 불법체류 전력, 입국 목적, 불법취업이나 영리 활동 가능성 등을 검토하지만, 실질적인 불법 체류 방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상당하다. 특히 단체여행이나 가족여행의 경우 일부 인원이 K-ETA로 입국이 거절되면 비교적 입국이 쉬운 일본이나 대만 등지로 여행지를 변경하는 사례가 많아 주변국에 관광객을 뺏기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한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은 경쟁국과 비교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서 불리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라며 “K-콘텐츠 열풍에 따른 방한 관광객 증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K-ETA 절차를 개선해 관광시장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