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한산대첩축제 가서 뭐 먹지?… 통영 대표 음식 총정리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한산대첩 승전을 기리는 통영한산대첩축제가 시작됐다. 조선 수군의 역사를 기념하는 이 행사는 매년 8월 통영 전역을 무대로 펼쳐진다.


충무김밥 - 통영관광
충무김밥 – 통영관광


그러나 올해 통영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군사적 승전의 기억만은 아니다.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충무식 입맛’의 독특한 풍경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2025년 8월 8일, 통영시와 통영문화재단은 ‘한산도, 최초의 통제영’을 주제로 제64회 통영한산대첩축제를 개막했다. 삼도수군통제사 행렬과 군점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오는 14일까지 다양한 역사 체험과 공연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 축제를 찾는 이들의 관심은 역사 현장만큼이나 ‘밥상 위 통영’에도 향하고 있다.


‘우동에 짜장 소스를?’ 통영에서만 가능한 상상


먼 길 항해에 지친 뱃사람들에게서 유래한 충무김밥은 단순한 길거리 음식이 아니다. 김밥 속을 비우고, 오징어무침과 무김치를 따로 곁들이는 방식은 보존과 휴대를 고려한 실용의 산물이었다. 밥과 반찬이 따로 나오는 이 방식은 ‘한국식 도시락’의 시초 격으로, 김 자체의 향을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조합이라는 평가도 있다.


더 놀라운 조합은 ‘우짜’다. 이름부터 “우동 먹을까 짜장 먹을까?”에서 비롯됐다는 설처럼 우동국물 위에 짜장소스를 얹어내는 독창적인 형식이다. 검게 변한 국물, 익숙한 듯 낯선 맛의 충돌은 충무김밥과 함께 통영 음식 문화의 실험성과 유연함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우짜 - 통영관광
우짜 – 통영관광


이 계절 아니면 못 먹는다, 통영의 ‘한정 미식’


여름 통영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로는 하모회가 있다. 갯장어로 불리는 하모는 장마철 이후 제철을 맞는다. 뼈를 잘게 칼집 내 꽃 모양으로 썰어낸 회는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살아 있고, 뼈째 고아 끓인 탕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통한다.


봄철 도다리쑥국 역시 한정 계절 음식이다. 남해 해풍을 맞고 자란 해쑥과 산란기를 지난 도다리로 끓여낸 국물은 통영 봄의 향취를 그대로 품고 있다. 양식이 불가능한 도다리의 특성상 그 시기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희소성도 높다.


도다리쑥국 - 통영관광
도다리쑥국 – 통영관광


‘없어진 줄 알았는데’…기억의 맛, 빼떼기죽과 시락국


오랜 지역 주민에게는 빼떼기죽이 여전히 최고의 위안이다. 고구마를 썰어 말려 두었다가 다시 퍼지게 끓여낸 이 음식은, 팥이나 강낭콩, 찹쌀을 함께 넣어 담백하면서도 진한 단맛을 낸다. 자연 건조된 고구마 특유의 향은 생고구마보다도 짙고 깊다.


시락국 역시 통영 사람들의 속풀이 음식으로 오래 사랑받아 왔다. 무청을 말린 시래기를 된장, 멸치 또는 장어 육수와 함께 푹 끓인 국은 이틀 이상 고아 깊은 감칠맛을 낸다. 해장용 국물이라는 인식 외에도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영양식으로 기능하며, 지역 특유의 식습관을 상징한다.


시락국 - 통영관광
시락국 – 통영관광


통영 음식은 대체로 소박하다. 그러나 이 단순함은 기능성과 계절감, 지역성을 모두 반영한 고도의 결과다. ‘전국 어디에도 없는 맛’은 결국 그 지역만의 기억과 지혜가 담긴 기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