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천사인 줄”… 알고 보니 맨손 접촉 금지, 해수욕도 금지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2025년 여름, 스페인 지중해 해변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 존재가 나타났다. 마치 공중을 떠다니는 작은 푸른 천사처럼 보였지만, 정작 이 생물은 ‘해수욕 절대 금지’ 조치를 끌어낸 주인공이었다.


기사를 토대로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ai 이미지 / 푸른갯민숭달팽이 ,학명 글라우쿠스 아틀란티쿠스(Glaucus atlanticus)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기사를 토대로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ai 이미지 / 푸른갯민숭달팽이 ,학명 글라우쿠스 아틀란티쿠스(Glaucus atlanticus)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2025년 8월 20일, 스페인 알리칸테주 과르다마르 델 세구라 해안 비베르스(Vivers) 해변에서 ‘푸른 용(Glaucus atlanticus)’ 두 마리가 발견되며, 당국은 즉시 해수욕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리고 적색 경보(레드 플래그)를 발령했다. 발견 하루 뒤인 21일, 해안 감시가 강화된 뒤 제한적 완화가 이뤄져 황색 경보로 조정되었지만, 여전히 해변 이용객들에게는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포켓몬 닮은 외형, 하지만 강력한 독성


푸른 용은 실제로는 3~4cm 길이의 작은 바다 민달팽이다. 그러나 이 작고 아름다운 생물은 포르투갈 군함 해파리의 독을 흡수해 자신의 촉수에 농축시키는 독특한 생존 전략을 지녔다. 이로 인해 접촉 시 강한 통증, 메스꺼움, 구토, 급성 피부염까지 유발할 수 있으며, 전문가들은 “장갑을 껴도 맨손처럼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관찰자들은 그 빛나는 푸른 외형에 이끌려 손을 뻗기 쉽지만, “절대 손대지 말고 즉시 신고하라”는 지자체의 권고가 내려진 상태다. 조세 루이스 사에스 시장은 “보기엔 매혹적이지만, 인간에게 매우 위험한 생물”이라며 특히 어린이와 외국 관광객들에게 경각심을 당부했다.


푸른갯민숭달팽이 ,학명 글라우쿠스 아틀란티쿠스(Glaucus atlanticus)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푸른갯민숭달팽이 ,학명 글라우쿠스 아틀란티쿠스(Glaucus atlanticus)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해양 변화가 불러온 뜻밖의 방문자


푸른 용은 본래 열대 및 온대 해역에 서식하며 지중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종이다. 그러나 최근 지중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해류가 변화하면서, 푸른 용의 출현 빈도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기후 변화가 초래한 해양 생태계의 이상 징후로 분석되고 있다.


카디스 대학의 해양생물학자 후안 루카스 세레바 교수는 “푸른 용의 독성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현장에서 무방비 상태로 발견될 경우엔, 조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생물학적 위험성을 둘러싼 해석은 엇갈리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조치를 취하는 지역 당국의 대응은 점차 보편화되는 분위기다.


푸른갯민숭달팽이 ,학명 글라우쿠스 아틀란티쿠스(Glaucus atlanticus)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푸른갯민숭달팽이 ,학명 글라우쿠스 아틀란티쿠스(Glaucus atlanticus)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또 다른 지역서도 발견… 해변 경제에 미치는 그림자


이번 사례는 단독 사건이 아니다. 발렌시아 지역의 카넷 데 베렌게르(Canet de Berenguer) 해변에서도 유사한 푸른 용이 목격되며 지역 당국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출현은 관광지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역 경제에 예기치 못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관광객 중 일부는 “평생 처음 보는 바다 생물”이라며 호기심을 드러내지만, 현지에서는 해수욕장 폐쇄로 인한 숙박·레저 업계의 예약 취소 사례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푸른갯민숭달팽이 ,학명 글라우쿠스 아틀란티쿠스(Glaucus atlanticus)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푸른갯민숭달팽이 ,학명 글라우쿠스 아틀란티쿠스(Glaucus atlanticus)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작고 아름다운 바다 생물, 그러나 대응은 ‘진지하게’


전문가들은 푸른 용에 쏘였을 경우, 절대 민물로 씻지 말고 바닷물로 상처 부위를 헹군 뒤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발견 시에는 구조대나 해변 관리 당국에 즉시 알리는 것이 필수다. 무엇보다도, ‘보기만 하고 손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다.


이 작은 바다 생물의 등장 하나가 지역 전체의 해변 운영을 멈추게 했다는 사실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변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푸른 천사’로 불리던 존재가 ‘위험한 용’으로 경계의 대상이 된 지금, 우리가 바다를 대하는 태도 역시 더욱 신중해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