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KBO 리그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관중 1,000만 명을 돌파했고, 9월27일 기준으로는 누적 관중이 1,2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기록이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단순한 흥행 이상의 의미다. 전국 각지에 분포한 구단의 홈 구장은 이미 거대한 인구 이동을 만들어내며, 지방 관광의 새로운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수도권에 편중된 관광 수요를 분산시키는 실질적 흐름이 야구장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놀자리서치는 최근 발표한 인사이트 보고서 ‘프로야구를 활용한 지역 관광 활성화 방안’에서 “프로야구는 지역 체류와 소비를 촉진하는 복합 관광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며 그 가능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구장은 전년 대비 30~70% 관중 증가율을 기록했고, 지방 구단 원정 관람객은 43% 늘었다. 원정 팬의 1인당 소비액은 홈 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산의 주말 숙박 전환율은 86.8%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경기 관람이 체류·소비·관광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관광 경로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도시별 특성도 뚜렷하다. 부산·창원은 다중 관광이 가능한 체류형 모델로 자리 잡고 있으며, 대구는 야간 경제와 결합해 소비를 확대한다. 대전은 접근성이 좋아 당일 방문이 많고, 광주는 먹거리에 집중된 짧은 소비 패턴을 보인다. 이는 각 지역이 구단과 손잡고 맞춤형 관광 전략을 설계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해외 사례 역시 눈길을 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스타디움을 연중 개방해 투어와 박물관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일본 구단은 호텔과 연계해 테마 객실과 경기 관람을 묶은 패키지를 운영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모델을 참고해 한국만의 응원 문화를 체험형 관광 자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부산의 부산 갈매기 떼창, 광주의 집단 응원은 외국인에게는 차별화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관건은 협력이다. 구단은 단순 스포츠팀이 아니라 지역 브랜드와 결합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해야 하고, 지자체는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 티켓과 숙박, 맛집을 아우르는 하이퍼로컬 패키지가 나온다면, 야구장은 경기장 이상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야놀자리서치 윤효원 선임연구원은 “프로야구가 1,0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지금이 지역관광의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전환점”이라며 “구단은 팬 경험을 확장하는 주체로, 지자체는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분담할 때 비로소 프로야구는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지역관광 활성화의 엔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